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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입력 2024.11.24 21:48

수정 2024.11.2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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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다. 조개는 겨울을 지나 날이 풀려야 맛이 좋아지고, 낙지는 찬 바람이 불어야 맛이 들기 시작한다는 소리다. 요즘이 낙지의 제철이다.

낙지는 조선 순조 때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낙제어(絡蹄魚)’로 쓰여 있다. 낙(絡)은 ‘잇다’ ‘둘러싸다’ ‘얽히다’ 따위를 뜻하고, 제(蹄)는 ‘굽’ 또는 ‘발’을 일컫는 한자다. 즉 ‘8개의 발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 물고기’가 낙지다.

낙지는 예부터 보양식 재료로 쓰여 왔다. ‘쓰러진 소에게 낙지를 먹이면 벌떡 일어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낙지는 ‘꽃낙지’ ‘묵은낙지’ ‘세발낙지’ 등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는 국어사전에 있는 말이 아니고, 생물학적 분류에서 나온 말도 아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맛이 좋아지고 어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주는 가을 낙지를 예뻐하며 부르는 말이 꽃낙지다. 이런 꽃낙지는 겨울을 보낸 뒤 봄에 산란하고 곧 죽는데, 이 무렵에 잡히는 낙지에 어민들이 붙인 이름이 묵은낙지다. 우리의 귀에 익은 세발낙지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다리가 굵지 않고 가는 낙지다. 세발의 ‘세’가 ‘가늘다’ ‘미미하다’를 뜻하는 한자 ‘細’다.

이런 세발낙지로는 ‘호롱구이’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나무젓가락 등에 낙지를 감은 뒤 양념장을 발라 살짝 굽거나 쪄 먹는 것으로, 전라도 지역에서는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올리기도 하는 귀한 음식이다. 본래는 볏짚 몇 가닥을 뭉쳐 작은 막대기처럼 만들어 썼으나, 볏짚의 농약도 문제이거니와 아무때나 구할 수도 없어 요즘에는 나무젓가락이나 대나무 등을 이용한다. ‘호롱’은 볏짚을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다.

낙지는 깊은 바다에도 서식하지만 주로 얕은 바다의 돌틈이나 진흙 속에 산다. 그중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의 진흙 속에서 잡히는 것을 흔히 ‘뻘낙지’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말도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게다가 갯가의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을 뜻하는 말은 ‘뻘’이 아니라 ‘펄’이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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