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정년이>(사진)에서 단연 눈길을 끈 배우는 김태리였다. 특히 극중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부른 노래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인 ‘갈까부다’도 소리꾼으로 성장해 가는 정년이의 진심이 묻어난 노래였다.
‘갈까부다 갈까부다/ 님 따라서 갈까부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갈까부다/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는/ 떼지어 날아가는 청천의 기러기도 다 쉬어 넘는/ 동설령 고개라도 님 따라 갈까부다/ 하늘에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 년 일도 보련마는/ 우리님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막혔건대/ 이다지도 못 보는고’
노래의 화자는 남원에 남은 춘향이고, 그리움의 대상은 한양에 간 이몽룡이다. 건넌방에 있는 어머니 월매 모르게 사무친 그리움으로 눈물을 삼키며 부르는 노래여서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계면조와 중모리로 짜여진 춘향이 탄식하는 대목으로 ‘춘향자탄대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에서 세월네로 분한 소리꾼 강선숙이 불러 우리에게 익숙하다.
드라마 <파친코>에도 이 노래가 등장한다. 주인공이 일본으로 건나가는 배에서 만난 성악가(이지혜)가 일본인 상류층의 저녁 만찬에서 느닷없이 ‘갈까부다’를 부른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현해탄에서 몸을 던진 성악가 윤심덕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해석도 있었다.
사실 우리 판소리는 스토리의 보고(寶庫)다. 사랑과 이별의 노래부터 풍자와 해학, 저항과 분노의 노래까지 다양하다. 그런 노래들을 담은 이야기를 젊은 웹툰 작가와 배우들이 살려냈다는 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