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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석의 운동이 초래하는 진정한 시민의 불편

박경석이라는 인물이 있다. 박경석이 상임공동대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라는 단체 이름은 몰라도 이를 줄인 ‘전장연’을 아는 사람은 많다. 그에게 지난 일주일은 고난과 응원이 함께했다.

박경석은 지난 22일 오전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인권단체인 일본 앰네스티 초청으로 간 건데 입국을 금지당했다. 일본 출입국관리청은 그가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점거농성으로 유죄가 확정된 것을 입국금지 사유로 들었다고 한다. 그는 저녁 비행기로 돌아와야 했다.

박경석은 19일 오후엔 국회에 있었다. 그는 국제앰네스티가 진행하는 ‘편지쓰기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선정됐고, 이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제앰네스티는 세계에서 10명을 선정해 그에게 응원의 편지를 쓰는 캠페인을 한다. 국제 인권단체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인 셈이다. 한국인이 주인공으로 뽑힌 건 2010년 용산참사 관련 집회를 주도한 인권활동가 박래군 이후 두번째라고 한다. 국회에 가기 전 그는 재판을 받으러 서울중앙지법에 가야 했다. 검찰은 그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지하철 탑승 시위 또는 지하철역 시위를 하고, 도로에서 행진을 멈춰 교통을 방해했다며 40건을 묶어 기소했다.

<지하철 출근길>. 박경석이 동료 정창조와 함께 지난 6월 펴낸 책 제목이다. 20대 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박경석이 장애인권운동에 투신한 건 30년도 넘었지만 그가 전국구급의 유명인사가 된 건 2021년 말부터 ‘선량한’ 시민들의 지하철 출근길을 방해하면서다. 박경석과 동료들이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킨 건 장애인도 이동하고, 일하고, 공동체에서 함께 살 권리가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박경석의 행동이 시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인 이준석은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경석은 이준석과 일대일 TV토론을 했거니와 책에서도 명쾌하게 반박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아마 저희가 지하철을 타고 나서부터 제일 많이 듣는 얘기가 ‘당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 정당하냐’는 말일 텐데요. 맥락 없이 들으면 아주 맞는 말 같아 보일 거야. 그런데 이 말이 맞는 거라면요, 당신들이 누리는 당연한 권리들이 행사되기 위해서 지금까지 누군가들이 희생되어온 건 아닌지를 함께 살펴봐야죠. 사실은요, 비장애중심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어떻게 살건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거가 그 자체로 이미 장애인들에 대한 이 사회의 테러에 동조하고 있는 걸 수도 있는 거거든. 이런 태도는 자기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어떤 폭력이 벌어지건 말건, 자기는 그걸 계속 용납하면서 살아가겠다는 거잖아요. 누구는 출근길 지하철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폭력을 묵인하고서 자기 혼자 그냥 꾸역꾸역 올라타서 출근을 하는 게 정말로 그렇게나 마냥 당당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억압과 차별이란 게 대부분 그래요. 딱 마음을 나쁘게 먹고서 저놈의 자식들 쓸모도 없고, 꼴 보기도 싫으니까 혐오하고 차별해야지! 이러는 경우도 물론 있긴 하죠. 그런데 대부분은요, 그냥 옆에서 벌어지는 폭력들을 방치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동조해버리면서 억압과 차별을 재생산하는 데 복무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가 이 사회의 차별을 묵인하고서, 큰 관심 안 두고 그냥 살아가는 게 별일이 아닌 거 같죠?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태도가 다 누구한테는 엄청난 재앙이 되어버리는 거야. 그리고 그런 태도들이 지속되면서 세상은 계속 나아지지가 않는 거지.”(<지하철 출근길: 닫힌 문 앞에서 외친 말들> 59~60쪽)

이준석이 말한 불행과 불편은 주로 시민들이 출근시간 혹은 약속시간에 늦는다거나 하는 물리적인 것이다. 박경석은 자신의 행동이 불편을 야기한다는 걸 인정한다. 하지만 물리적인 불편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하는 건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이 겪는 차별과 혐오에 눈을 감는 당신들도 궁극적으로 그 테러에 동조하는 것일 수 있다는 그의 질타이다. 이런 상황이 더 비문명에 가깝다고 그는 주장한다. ‘각자도생’을 우리 사회 제1의 생존 법칙에서 끌어내리는 것. 그것이 박경석을 쉬게 하는 길, 그리고 우리가 겪는 불편을 덜어내는 길이다.

김재중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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