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아 총학생회장 인터뷰
문제의 본질은 ‘공학 전환’
‘신상 털기’ 등엔 법적 대응
지난 7일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후 동덕여대는 한국 사회 성평등과 대학 민주주의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장이 됐다.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보름 가까이 이어진 소요는 뭇사람의 개입과 참견으로 뒤덮였다. 여당 대표는 ‘주동자’ 운운하며 학생들을 꾸짖었고, 여성혐오 단체는 정문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살인예고’ 글과 학생 개인 신상 공개 글이 올라왔고, ‘동덕여대는 채용에서 거르고 싶다’고 발언한 공공기관장도 나왔다.
최현아 동덕여대 총학생회장(22·사진)은 24일 “여대 졸업생에게 취업 불이익을 줄 거라는 얘기는 항상 나왔던 말”이라며 “그런 말 자체가 사회에 남녀불평등이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는 이날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면서 “학내 문제를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는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학생들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우리를 이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총학이 학생 이익을 대변하며 학내 구성원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구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재학생 신상정보를 올린 이들이나 학생들을 무단 촬영·게재하는 유튜버들을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다. ‘이걸 어떻게 막냐’며 학교가 방치 중인 남성단체 집회에도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이런 분란 자체가 재학생을 힘들게 하고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물 파손 등 책임을 따져 묻겠다는 학교에 맞서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는 학교 측이 피해금액이 최대 54억원에 달한다고 게시한 것에 대해 “학생들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라며 “CC(폐쇄회로)TV 영상으로 고소하겠다는 것도 본질을 찾지 못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면담에서 ‘폭력 사태를 총학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학교 측 주장에 “(자발적 행위를) 통제할 수 없었다”며 “왜 학우들이 그랬을까 생각해달라”고 맞섰다.
최 회장은 문제의 본질이 배상이 아닌 ‘공학 전환’ 추진에 있다고 재차 짚었다. 그는 “우리가 동덕여대에 들어온 이유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마음껏 교육받기 위해서”라며 “여성인권 문제와 사회의 성평등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여자대학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신했다. 그는 “재학생의 3분의 1이 하나하나 신분을 확인하고 학생총회에 참가했다”며 “수업거부 시위 역시 개별 학과 차원에서 투표로 진행한 것으로, 99%의 학생들이 원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열린 총회에서 참석자 1973명 중 1971명이 공학 전환에 반대했다. 그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이대로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마음,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재학생들을 굳게 서 있게 하는 동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