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 우리가 교과서에 나왔데이”…칠곡할매 ‘시’ 교과서에 실린다

김현수 기자
이원순 할머니가(87)가 지난 22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자신의 시 ‘어무이’를 낭송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할머니의 자작시는 내년부터 사용될 교과서에 실린다. 칠곡군 제공

이원순 할머니가(87)가 지난 22일 경북 칠곡군청에서 자신의 시 ‘어무이’를 낭송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할머니의 자작시는 내년부터 사용될 교과서에 실린다. 칠곡군 제공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 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허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대통령 연하장 글꼴을 만들고 래퍼로도 활동했던 경북 칠곡 할머니들의 ‘시’가 교과서에 실린다.

경북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이 2025년부터 사용될 교과서 점유율 1등 출판사인 천재교과서의 ‘2022 개정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다고 25일 밝혔다.

교과서 주인공은 고인이 된 강금연·김두선 할머니를 비롯해 이원순(87)·박월선(96) 할머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거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여든이 넘어 한글학교에 다니며 글을 깨치고 시를 썼다.

할머니들의 시는 2015년 ‘시가 뭐고’라는 시집으로 발간됐다. 이 시집은 89명의 칠곡 할머니들이 문해교육을 통해 배우고 익힌 한글로 쓴 자작시 89편을 담았다. 할머니들의 시는 약목면 도시 재생 구역에 있는 벽화 거리에 소개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교과서에는 벽화 거리에 있는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소개하며 “70여년 동안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 시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의 시 ‘처음 손잡던 날’ ‘도래꽃 마당’과 이원순·박월선 할머니의 ‘어무이’ ‘이뿌고 귀하다’의 전편을 교과서 2장에 걸쳐 실었다.

이원순 할머니는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칠곡군은 ‘교과서 거리’ 스토리를 입혀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정비에 나설 계획이다. 김재욱 군수는 “칠곡군에는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며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을 알리고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칠곡군은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가 뭐고’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 뭐’ ‘작대기가 꼬꼬장 꼬꼬장해’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예뻐요’ 등의 시집을 발간했다.


Today`s HOT
암 치료 받은 케이트 공주, 병원에서 환자들과 소통하다. 악천후 속 준비하는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 발사 태국의 심각한 미세먼지.. 대기 오염을 초래하다. 놀란 마을 주민들, 멜버른에서 일어난 주택 붕괴..
에티오피아의 지진.. 주민들의 대피 일본 경제의 활성화, 관광객들의 신사 유적지 방문
주님의 축일 맞이 아기 세례 새해 맞이 번영 기원, 불가리아 수바 의식
강물에 입수하는 풍습, 네팔 마다브 나라얀 축제 산불로 피해 입은 캘리포니아주 차별 종식, 인도에서 열린 트랜스젠더들의 집회 브뤼셀에서 열린 근로 조건 개선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