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야권에선 윤 대통령 탄핵 주장 재차 제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2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규탄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야권 일부에서는 특검 수용이 “대통령이 국민 불신을 피할 유일한 탈출구”였다며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거부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며 “뻔뻔하고 가증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수사팀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특검을 위헌이라고 주장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특검이 위헌이라면 검찰총장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지도 못했을 것이고 이 정권은 애초부터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또 이번이 윤 대통령의 25번째 거부권 행사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4·19 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 이승만 이후 최대 최악의 기록”이라며 “이승만을 그리도 칭송하더니 결국 이승만의 비참한 전철을 밟을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건희, 윤석열 부부의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정황이 날이면 날마다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국민에게 ‘개사과‘나 던지고, 거짓말 골프나 하러 다니는 대통령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특검 거부는 정권에 대한 전면 거부로 이어지고, 전체 보수세력의 궤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정권의 개가 돼 김건희 여사 면죄부 발급기관으로 전락한 검찰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며 “진실을 덮으려는 윤석열 정권의 철통같은 방탄 의지는 결코 민심을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도 비상총회를 여는 등 이날 민주당 내에선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일부에선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5당 의원 단체인 윤석열탄핵국회의원연대(탄핵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윤 대통령 탄핵은 시작됐다”며 “민심의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정권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종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은 더는 (윤 대통령을)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결단하지 않으면 국민의 힘으로 내려오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도 “특검은 대통령이 국민 불신을 피할 유일한 탈출구”였다며 “이를 걷어찼으니 이제 남은 것은 국민에 의한 파면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출범한 탄핵연대엔 현재까지 야당 의원 47명이 참여한 상태다.
그동안 탄핵과 관련해 직접적인 메시지를 삼가해 온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신호가 감지됐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11월 이전까지는 (탄핵 발언을) 조심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국민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당의 전체적인 방향하고는 결이 다르더라도, 예전엔 조금 자제하도록 요구했는데 이제는 각자 알아서 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