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캐나다 관세 25%” 엄포 놓은 트럼프…한국 기업 파장은?

트럼프, 국경·마약 연관 지어 관세 부과 공표

한국 진출 기업, 당사국 아닌 한국 정부 ‘난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진행한 스페이스X의 시험 비행 발사 행사에 참석해 먼 곳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진행한 스페이스X의 시험 비행 발사 행사에 참석해 먼 곳을 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5일(현지시간) ‘관세폭탄’ 카드를 꺼내들자 멕시코·캐나다 등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대폭 개정할 가능성은 거론됐지만, 구체적으로 ‘25%’라는 수치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놓여 있는 국내 자동차, 배터리 업계는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공식적으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멕시코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인 기아는 추가 관세 25%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프라이드(수출명 리오)와 K3 등을 멕시코 누에보레온 공장에서 만들어 연간 15만대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멕시코 공장 투자 금액은 1780억원으로, 전년보다 750% 급증한 규모다.

증권가에선 트럼프가 대선 공약으로 내민 10% 보편관세만 현실화해도 기아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26%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대선 직후인 지난 5일 미국의 정부 기관과 연방 상·하원 의원실, 주요 싱크탱크 등에 미국 진출 규모와 경제 성장 및 일자리 창출 기여도, GM 등과의 협력관계 등을 담은 홍보용 책자를 배포한 배경이기도 하다.

배터리·소재 업계도 완성차만큼은 아니지만 현지 투자 업체를 중심으로 트럼프 당선인 발언의 진의와 파장을 파악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에 GM과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해 연산 3만t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인 포스코퓨처엠이나, 연산 4만5000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는 에코프로비엠, 스텔란티스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4조8000억원을 투입해 합작사 넥스트스타에너지를 설립하고 최근 배터리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긴장하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온타리오주 생산 물량은 스텔란티스 산하 완성차 브랜드에서 소화할 예정이어서 ‘트럼프 관세 충격’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멕시코는 북미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거점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1988년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 티후아나에 첫 컬러TV 공장을 세웠으며 이후 냉장고·세탁기 공장도 추가로 건립했다.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공장도 운영한다. LG전자 역시 멕시코에 TV와 냉장고, 전장(자동차 전자 장비) 생산기지를 뒀다.

이들 기업은 관세가 현실화한 이후 현지 생산기지 가동 여부와 북미지역 상품 공급방식 등을 놓고 갖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에 연산 90만t 규모의 용융아연도금강판 생산공장 등을 운영하는 포스코, 차량용 구동모터 코어 공장 등을 가동 중인 포스코인터내셔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멕시코 현지 최종 고객사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관세의 직접적 영향은 미미하다”면서도 “다만 이번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멕시코를 생산기점으로 한 자동차, 가전 등 제조사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함께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물류 기업들도 연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멕시코에 법인을 두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운송하는 물량이 줄어들면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언급이 ‘관세’보다는 ‘불법 이민·마약 유통’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관세’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당선 이후 처음 표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멕시코·캐나다·중국이)불법 이민과 마약 유통 문제 해결에 속도를 올리거나 가시적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페널티(벌칙)를 부과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취임 전까지)상대국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실제 관세 조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한국 기업과 정부에는 더 큰 난관으로 여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 실장은 “한국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면 한국 정부가 나서 협상하면 되는데 멕시코·캐나다 사이 관세 문제는 한국이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화한다면) 해결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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