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세 번째 거부권
‘여권 분열’ 겨냥, 예고했던 28일 아닌 다음달로 여당과 합의
이재명 위증교사 ‘무죄’ 반전에 김 여사 이슈 끌고가기 의도
검사 탄핵안 내달 4일, 상설특검 개정안은 내일 처리하기로
여야가 김건희 특검법 국회 본회의 재표결 시점을 당초 예고한 28일에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달 10일로 미뤘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1심 무죄와 여권의 당원 게시판 논란 확산으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만큼 더 시간을 갖고 여권 분열 가능성을 노리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측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사 탄핵안 의결은 다음달 4일로 연기됐으며,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은 28일 예정대로 처리할 계획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12월 정기국회 의사일정 날짜를 3일 더 잡았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의결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10일 의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해온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다음달 2일 본회의에 보고하고, 4일 의결할 계획이다. 앞서 진행한 검사 탄핵 사례와 달리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나 청문회 절차 없이 바로 의결하겠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의 재표결 날짜 지정과 관련해 “여당과 야당이 총력을 다해 표결에 참여해야 하기에, 재의결 날짜를 정확히 예정하고 충분히 대비하게 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예정한 28일에서 시점을 늦춘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놓고 당내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원 게시판 문제로 여권 내부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조직적 이탈표를 기대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들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여권 내 상황을 살펴보기보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뚜벅뚜벅 가는 것, 원칙대로 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강 원내대변인은 재의결 실패 시 대응에 대해선 “200표를 못 얻더라도 다시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원칙에선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특검법 재표결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늦추기로 한 데는 전날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로 바뀐 정국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가 이번 판결로 반전의 계기를 얻은 만큼 시간을 갖고 여권의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소신 투표’를 설득하고자 여당 의원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검법 정국을 더 길게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다시 김건희 리스크로 판세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특검법 이슈를 더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각종 의혹은 야당이 공세를 펼 수 있는 소재이기에, 예산안 등 여러 협상이 예정된 연말 정국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카드로 활용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재의결 시한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필요하다면 ‘장기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주요 정국을 앞두고 카드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공개된 카드를 다 써서 없어지면 ‘어떻게 이제 이 문제를 끌고 가야 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길 수 있다”며 “반면 카드를 일단 가지고 있으면 이슈를 좀 더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