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단어의 시민권에 대하여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단어의 시민권에 대하여

[안재원의 말의 힘]단어의 시민권에 대하여

서기 1세기 로마에 포르켈루스(Porcellus)라는 사람이 살았다. 싸움 잘하는 장군도, 말 잘하는 정치가도, 노래 잘하는 가수도, 멋진 근육의 검투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로마 역사의 한 귀퉁이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사연인즉 이렇다. 그는 문법 학교의 교사였다. 까칠하고 꼬장꼬장한 라틴어 ‘훈장’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라틴어 문법에 어긋나는 말을 하거나 어떤 단어나 문장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자신의 이익이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거나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말과 언어를 자의적으로 사용하거나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목숨까지 내놓고 맞섰다. 로마의 역사가 수에토니우스의 말이다.

“포르켈루스는 티베리우스 황제의 연설에서도 잘못을 찾아내어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테이우스 카피토가 ‘황제의 말은 라틴어 문법에 맞는 표현이고, 설령 잘못된 말이라 할지라도, 황제가 말하는 그 순간부터 올바른 라틴어가 될 것’이라고 옹호하자, 포르켈루스는 ‘카피토의 말은 헛소리입니다. 황제께서는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는 있지만, 단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실 수는 없습니다’라고 응수했다.”(<로마의 문법학자들> 24장)

황제라 할지라도 “단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실 수 없다”고 한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의 권력자라 하더라도 단어의 사용권과 해석권을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말(verbum)이나 사건(factum)에 대한 해석’이 특정 집단의 독점물도, 황제의 전유물도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로, 포르켈루스의 원래 직업은 권투선수였다. 일개 주먹꾼이었던 그가 감히 티베리우스 황제에게 맞섰던 것은, 단지 그가 라틴어를 사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어의 시민권(civitas verbi)은 황제(Caesar)가 아니라 국민(Populus)의 것’이라고 보는 당시 문법학자들의 언어관도 한몫 크게 거들었다. 문법학자 바로(Varro)에 따르면, 언어의 주인은 국민이고, 말의 사용권과 해석권은 시민의 공유물이었다. ‘국어사전’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어의 시민권도 특정 집단의 독점물이나 권력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과 시민의 공유물이므로.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