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은 백송·후곡·강촌 선정
총 13가구 3만6000가구
1기 신도시(경기도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서 가장 먼저 재건축에 나설 선도지구가 27일 공개됐다. 총 13개 구역, 3만6000가구 규모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는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본격적인 재건축 일정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기 신도시 전체 가구(39만2000가구)의 9.2%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에 나서는데도, 이에 따른 이주대책은 여전히 흐릿한 상태다.
선도지구 물량, 분당이 가장 많았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 등 지방자치단체는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로 총 13개 구역, 3만5897가구를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선도지구는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건축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선도지구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분당이다. 샛별마을 동성 등(2843가구), 양지마을 금호 등(4392가구), 시범단지 우성·현대(3713가구) 등 총 3개 구역 총 1만948가구가 선정됐다. 일산에서는 백송마을 1단지 등(2732가구)·후곡마을 3단지 등(2564가구)·강촌마을 3단지 등(3616가구) 등 총 3개구역 8912가구가 선정됐다.
분당과 일산에서는 선도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연립 2개 구역도 별도의 정비 물량으로 선정해 선도지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원·관리하기로 했다. 아파트 뿐 아니라 다양한 주택 유형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대상지로 선정된 분당 목련마을 빌라단지(1107가구), 일산 정발마을 2·3단지(262가구)를 추가할 경우 두 도시의 정비 대상 물량은 각각 1만2055가구, 9174가구로 늘어난다.
평촌은 꿈마을금호 등(1750가구)·샘마을 등(2334가구)·꿈마을우성 등(1376가구) 등 3개구역 5460가구가 선정됐다. 중동에서는 삼익 등(3570가구)·대우동부 등(2387가구) 등 2개 구역 5957가구가, 산본에서는 자이백합(2758가구)·한양백두(1862가구) 2개 구역 4620가구가 각각 뽑혔다.
치열했던 경쟁, 무엇이 당락 갈랐나
재건축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분당은 평가 기준도 다른 지역보다 복잡하고 세밀하게 설계됐다. 평가표 상으로 배점이 가장 큰 항목은 주민동의율(60점)이었지만, 선도지구로 신청한 34개 단지 중 10개 단지 이상이 만점선인 95% 이상을 확보하는 등 변별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도지구로 뽑힌 3개 단지는 5% 추가 공공기여(6점), 일반주택보다 구조적으로 더 튼튼하게 짓는 장수명 주택 인증(3점), 이주대책 지원여부(2점) 등 추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으로 반영했다. 공사비가 늘어나는 만큼 사업성이 저하될 수 밖에 없지만, 이번에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으면 재건축에 대한 기약이 없다는 불안감에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내세운 평가기준이 작은 단지들에게 불리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분당 양지마을과 시범우성·현대는 세대수 항목 만점(15점)인 3000가구 규모를 넘겼고, 샛별마을은 3000가구를 다소 밑돌지만 막판 현대빌라(66가구)와 통합재건축을 결정하며 추가 가산점(1점)을 획득했다.
한 선도지구 신청단지 추진위원장은 “애초 세대수에서 4~5점 가까이 뒤지다보니 추가 공공기여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며 “큰 단지에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선도지구로 선정된 3개 단지가 분당 중심부인 수내·서현에 나란히 몰려있다는 점도 외곽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산본과 중동도 배점이 가장 높았던 주민동의율 항목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세대수와 주차대수에서 당락이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평촌의 경우 배점이 가장 높았던 주민동의율이 선도지구 선정에 결정적 요인이었다.
‘공급절벽’ 오는데… 이주대책은?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은 정부의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우선 정부는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해 정비사업 초기사업비를 지원한다. 대표적인 정비사업 지연 요소로 꼽히는 학교 문제의 사전 해결을 위해 국토부와 교육부, 경기도교육청 간 업무협약도 12월 중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선도지구에 탈락한 단지들의 ‘순차 재정비’도 약속했다. 전체 가구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2만~3만가구가 매년 재건축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구역별 정비구역 수립 시기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번과 같은 ‘공모’ 방식은 더 이상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재건축 동의율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자체와 주민들의 피로감이 컸다는 이유다.
3만6000가구에 달하는 선도지구 이주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해서는 12월 중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내년부터 수도권 주택공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제대로 된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인근 전월셋값이 크게 출렁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주만을 위한 별도의 단지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신도시 내 신규 유휴부지 개발과 영구임대 재건축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이 이주 수요를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게끔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