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통신이 2023년 11월 14일 내보낸 펑차오현의 펑차오 경험을 다룬 방송 화면 캡처.
중국에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관영매체 등에서는 ‘펑차오(楓橋) 경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참여와 통제 두 얼굴을 지닌 모델을 당국이 더욱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7일 ‘인민의 생명안전과 사회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제목의 의견 기사에서 ‘신시대 펑차오 경험’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사회안정을 위해서는 인민의 기본생활 보장, 범죄 엄단과 더불어 갈등 해결 메커니즘 구축이 필요하다며 펑차오 경험을 언급했다.
펑차오 경험은 1960년대 초 저장성 샤오싱시 펑차오진에서 도입된 사회주의 교육운동이다. “대중을 동원하고, 대중에 의존하며,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현지에서 갈등을 해결한다”는 구호가 핵심이다. 당시 농촌에서는 사회주의 교육 과정에서 과거 지주 출신 등을 반동분자로 몰아 체포, 구타, 살해하는 일까지 빈번했다. 펑차오에서는 토론을 통해 주민의 동의와 반성을 이끌어내고 아무도 체포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마오쩌둥 주석이 1963년 펑차오 경험을 전국으로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 펑차오 경험은 지역사회의 폭력을 억제하고 안정을 이룰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실상은 주민 상호 감시와 낙인찍기로 폭력을 억제한 면도 있다.
지난 9월 학술지 국제정치연구에 실린 논문 <신시대 중국 시기의 ‘펑차오 경험‘ 현상에 대한 정치사회적 함의>에 따르면 1960년대 펑차오 주민만 하더라도 6만5000명 중 900명이 반동으로 몰려 취업·진학·결혼 등에 불이익을 받았다. 논문 저자인 부경대의 공봉진·김태욱 연구자는 “펑차오 경험에는 ‘기층사회의 안정’과 ‘기층사회의 통제’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펑차오 경험은 ‘사회 거버넌스’로 불리며 법치의 보완재로 강조되고 있다. 시 주석은 저장성 당 서기 시절인 2003년에도 펑차오 모델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난해 14억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모든 갈등을 소송으로 해결하면 국정에 큰 부담이 된다면서 “우리나라는 소송대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안부는 2019년 전국 100개 파출소에 ‘펑차오식 파출소’라는 이름을 부여해 주민들이 사건중재 등에 참여하도록 했다. 우수 펑차오 경험 사례로 거론되는 안후이성 허페이시 창펑현 솽둥진솽펑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에 여론 반영 채널을 열고 주민 참여 조직을 만들어, 부동산 계약 문제나 행정 민원 등의 고충을 처리하고 상시적 중재·상담을 운영한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개혁개방 40년 동안 694개의 도시와 66만여개의 행정촌이 상이하게 발전해 온 상황에서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기층 거버넌스 확립과 회복 탄력성이 화두가 되고 있다”며 “펑차오 경험은 중국공산당이 기층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갖추고, 지역이 회복 탄력성을 갖춘 단위로 거듭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봉진·김태욱 연구자는 논문에서 “펑차오 경험을 강조하는 것은 반간첩법 시행이나 애국주의교육법 시행 등을 보면 중국 정부의 사회통제와도 관련이 깊음을 알 수 있다”며 “감시가 강화되고 국민 피로감이 늘어날 때 폭발할 수 있는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