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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는 회생할 것인가

  •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국가교육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더니 결국 전문위원 전면 교체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지난 7월 전문위원 다수파의 ‘사전담합’ 의혹이 제기된 지 넉 달 만이다. 그사이 우여곡절이 많았다. 소수파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이배용 위원장은 적당히 무마하려다가 급기야 사안이 국회로 넘어갔고, 그 과정에서 ‘고교평준화 폐지’나 ‘고교내신 평가의 외부기관 출제’와 같은 폭발력 큰 사안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육 현장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전문위 운영의 난맥상을 고발하는 소수파 전문위원들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국가교육위원회 2년 실험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국가교육위원 6인의 실명 선언이 뒤따랐다. 이에 국회 교육위 소속 고민정 의원은 이배용 위원장에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고, 이 위원장은 전문위를 재구성하겠다고 답변한 걸로 알려졌다.

전문위(국교위 산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를 재구성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내년 3월로 예정된 국가교육발전계획 발표는 순조롭게 이뤄질 것인가? 매우 회의적이다.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전문위 파행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도 않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기에 남은 서너 달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지금의 국교위 조직 구성과 작동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래도 일단 전문위 재구성을 시작한다고 하니,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전문위는 보수 측 13명, 진보 측 8명으로 위원 구성에서부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나는 전문위가 구성된 지 1년쯤 지난 뒤 진보 측 위원 한 명이 사퇴 의사를 밝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5개월 남짓 짧은 기간에 전문위 참여를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설계한다는 기대감은 쪼그라들었고, 논의 주제들이 퇴행적인 것은 물론 논의 절차와 방식조차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아 좌절했다. 언론에 보도된 다수파의 사전담합 의혹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회의록 작성과 회람 요구는 무시됐고, 대부분 회의자료에는 ‘비공개’ ‘대외비’가 붙어 있었다. 4개 분과위 위원장은 다수파가 모두 차지해 정보와 의제의 폐쇄회로가 만들어졌다. 법률에 규정된 사회적 합의 정신을 환기하며 ‘공개, 공유, 공론’ 원칙을 주장했으나 소귀에 경 읽기였다. ‘다수파의 주장대로 전문위 보고서가 정리되고 적당히 보완한 다음 공청회 몇번을 거쳐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선포하려 한다’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더 이상 전문위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11월15일 8명의 진보 측 전문위원은 전원 사퇴서를 제출했다.

우리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전문위는 시행착오를 넘어서길 기대하며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우선 위원 구성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누가 위원이 되는가는 위원회 운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민주성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사를 임명하되,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하는 극단적 인물은 배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새 전문위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절차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주체의 참여, 충분한 의견수렴, 첨예한 쟁점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투명한 절차가 포함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교육발전계획 발표 시기를 최소한 1년 이상 연기하는 것이다. 전문위가 새로 구성되고 사회적 합의 절차를 마련하고 나면, 내년 3월 발표까지 남은 기간이 한두 달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한국 교육 향후 10년의 방향과 정책을 확정하겠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내년 3월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 존폐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2기 전문위원들의 건투를 빈다.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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