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우클릭 행보, ‘주 52시간 예외’로도 이어지나

김지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 중이던 2021년 도는 전국 최초로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도입했다.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경기도와 공공기관이 직접고용한 기간제 노동자에게 근로계약 종료 시 일한 기간에 따라 기본급의 5~10%를 추가수당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 대표는 2022년 1월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당 지급을 알리면서 “민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적었다.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이를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범위가 좁은 데다 격차를 해소하기엔 수당 액수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고착화하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비정규직 공정수당 도입과 같은 시도로 ‘사이다’로 불렸던 이 대표는 어느새 몸이 무거워졌다. 한때 기본소득을 외치던 그는 지난 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허문 것이고,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비판해온 민주당의 자기부정이었다. 이 대표는 가상자산(코인) 과세에도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이 대표의 ‘세제 우클릭’ 행보가 ‘반도체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를 주 52시간 상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정해놨더니 집중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영역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노동자들에게도 불리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며 “만약 그런 면이 있다면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특별법 중 주 52시간 예외 조항과 맞닿아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위기의 본질은 ‘부족한 노동시간’이 아니라 ‘혁신의 부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주 52시간 규제를 받는 SK하이닉스는 순항 중이라는 점은 노동시간이 본질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에 예외를 허용하면 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 산업 등에도 빗장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수밖에 없다. 구멍은 또 다른 구멍으로 이어진다.

“구멍 막기 법안(Closing the Loopholes bill)이 의회를 통과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2월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이 법안은 특수고용직인 화물기사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제 격인 안전운임제를 부활시키는 내용,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가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 등을 담고 있다. 이 대표가 할 일은 주 52시간 규제에 구멍을 내는 게 아니라 호주처럼 노동법에 뚫려 있는 구멍을 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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