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의 5대 전략 12개 과제.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앞으로 불법스팸 발송을 묵인하거나 방치한 이동통신사·문자중계사·재판매사에 과징금이 부과된다. 불법스팸을 보낸 사람에 대해선 범죄 수익을 몰수한다.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이러한 내용의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양 기관은 “문자사업자 등록부터 발신과 수신, 이용자 단말기까지 문자 발송 전 단계에 걸쳐 불법스팸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팸 재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법스팸은 극성을 부렸다. 스팸 신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2억1000만건이 접수됐으며, 지난 6월에는 역대 최대치인 4700만건에 이르렀다. 이에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긴급 점검을 실시해 불법스팸의 75%가 대량문자서비스를 통한 것을 확인해 문제 사업자들을 처벌하기도 했다.
국내 대량 문자는 통상 3단계 경로를 거친다. 대량 문자를 발송하려는 사업자나 개인이 문자재판매사에 이를 의뢰하고, 문자재판매사가 문자중계사에 넘기는 식이다. 문자중계사는 현재 10곳이 있는데, KT와 LG유플러스는 문자중계사를 겸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핵심인 불법스팸 발송자 부당이익 몰수와 스팸 발송자·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내년 상반기 정보통신망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과징금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지난해 이통사 문자 발송량이 600억통가량, 단가는 1통당 8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매출액의 3%라고 해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는 이통사가 구체적으로 불법스팸에 대해 얼마나 묵인·방치했는지에 대한 기준도 규정할 계획이다.
사업 진입 장벽이 낮아 문자재판매사들이 난립(지난 9월 기준 1168개)한다는 지적에 따라 ‘대량문자전송자격인증’을 의무화하는 등 사업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문제 사업자는 영업정지와 등록 취소를 위한 처분 기준을 마련해 시장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불법스팸 발송을 차단하기 위해 ‘스팸문자 번호·계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문자사업자가 위·변조 번호인지 검증하도록 하고, 이통사에서도 문제 번호의 수신을 사전 차단하는 이중 차단 체계를 마련한다. 휴대전화의 문자 필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국내 제조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팸 필터링 기능을 탑재한다.
최근 늘고 있는 해외발 불법스팸 문자에 대해선 주요 글로벌 기업의 문자를 화이트리스트로 관리해, 화이트리스트 외의 문자는 별도 해외 문자함에 격리한다. 피싱주소(URL)가 포함된 문자 탐지와 차단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단속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불법스팸 신고는 감소하고 있지만,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 다른 수단으로 불법스팸이 전송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는 직접 규제에 어려움이 있어 꾸준한 접촉을 통해 원인을 찾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