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빙판길 낙상사고가 우려되는데 특히 골밀도가 낮고 뼈의 강도가 약한 노년층은 가벼운 낙상에도 골절에 따른 피해와 합병증 위험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골다공증과 고관절 골절처럼 노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수칙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한다.
고관절 골절은 주로 허벅지와 골반을 잇는 뼈와 관절 부위가 충격으로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노화로 뼈가 약해진 상태인 노인들이 겨울철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발생하는 비율이 높다. 기온이 낮은 겨울에는 근육이나 관절이 경직되는 데다, 두꺼운 외투나 여러 겹으로 껴입은 옷 때문에 민첩성이 떨어져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체중을 버틸 수 없게 돼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며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는 치료가 되기까지 수개월 동안 침상생활이 불가피해지면서 폐렴·욕창·혈전 등 2차 합병증이 생길 위험 또한 커지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고관절 골절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년 내 사망률이 25%, 2년 내에는 70%까지 달할 정도로 높아진다. 수술을 받더라도 1년과 2년 내 사망률이 각각 14.7%, 24.3%로 높은 편이어서 관리가 중요하다.
인체의 중심부에 있는 고관절에 골절이 발생하는 또 다른 주요한 요인으로는 골다공증을 꼽을 수 있다. 골다공증은 노화 때문에 뼈의 양과 밀도가 떨어져 약해지는 질환으로, 특히 월경이 끝나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여성에게 나타나는 비율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골다공증 진료인원은 2020년 105만4892명에서 지난해 127만6222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교적 젊은 50~60대에는 손목과 발목 골절이 많이 발생하다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고관절 및 척추 골절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민 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골절은 한번 발생하면 여성 기준 2명 중 1명이 기동능력과 독립성 회복이 불가능하며, 4명 중 1명이 장기간 요양기관이나 집에서 보호가 필요할 정도여서 심각하게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빙판길이 곳곳에 생기는 겨울철 보행환경에서 낙상과 고관절 골절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이동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평소보다 걸음 속도와 보폭을 10% 이상 줄여서 걷는 것이 안전하며,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걸으면 균형을 쉽게 잃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규칙적인 운동으로 뼈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줘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도 스트레칭 등 혈액순환을 촉진시키는 운동으로 관절과 근육이 유연하고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하면 도움이 된다.
평소 골생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유익하다. 칼슘이 많이 함유된 우유, 치즈 등 유제품과 등푸른 생선, 콩, 두부 등을 균형있게 섭취하면 좋다. 비타민D는 체내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고 뼛속으로 칼슘을 저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햇빛을 적당한 정도로 쬐는 것 역시 중요하며 필요시엔 보충제 형태로 섭취하는 것도 권장된다. 커피와 담배, 술 등은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하므로 줄여야 한다. 또한 운동과 영양만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뼈가 약해지는 속도를 늦추기 어려울 경우 적절한 골밀도를 유지할 수 있게 약을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
낙상 등으로 고관절이 골절됐다면 대부분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금속으로 된 못을 박아 뼈를 고정시키거나,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등 골절 부위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시행할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할 때는 고관절 연결부의 뼈와 연골을 제거하고 대신 특수 플라스틱이나 세라믹 등의 소재로 대체한다. 김상민 교수는 “인공고관절 수술은 과거와 달리 소재의 내구성이 개선됐으며 수술 절개 부위는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인 수술법이 개발돼 고령 환자들의 부담이 줄었다”며 “환자들의 회복율도 높아 수술 후 1달 정도 되면 독립보행으로 30분 이상 평지 보행이 가능하고 3개월이면 웬만한 일상생활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