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지속되는 내수 침체와 미국 대선 이후 커진 대외 불확실성을 반영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내후년 성장률 역시 1.8%로 전망해, 잠재성장률(2.0%)보다 낮은 수준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은은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2.1%에서 1.9%로 0.2%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인 2.0%보다 낮다. 한은은 미국 관세 정책 타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 전망치는 1.8%로 제시했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4%에서 2.2%로 낮췄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통계를 집계한 1954년 이후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건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외환위기), 2009년(0.8%·금융위기), 2020년(-0.7%·코로나), 지난해(1.4%) 등 여섯 번뿐이다.
한은은 그동안 견조했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중국 등과 경쟁이 심해지고,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경제의 주축인 수출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내년 수출 증가율은 당초 전망치인 2.9%에서 반토막 수준인 1.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이처럼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동결 전망이 우세했던 시장의 예상과 달리 두 달 연속 인하를 택한 것이다. 금리를 두달 연속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회 연속 인하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다. 한국과 미국 금리차는 1.5%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를 제외환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인하’, 나머지 2명은 환율 변동성 우려 등을 이유로 ‘동결’ 의견을 냈다.
한·미간 금리 차가 벌어짐에 따라 가뜩이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환율 불안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4분기 들어 다소 진정된 가계부채와 서울 등 수도권 집 값을 다시 자극할 지 여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