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이예람 중사 봉안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보고를 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중대장과 군 검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직무유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대장에게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설범식)는 28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중대장 김모씨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군 검사 박모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이 중사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공군 15비행단 전속 나흘 만에 생을 마감했다”며 “이 중사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것을 전적으로 김씨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김씨의 허위사실 유포가 방해요인이 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전파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의 형이 다소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서도 이 중사 사건 처리 지연 과정을 허위로 보고한 혐의를 인정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을 송치받은 후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별다른 수사를 진행한 바 없고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피해자 조사일정을 늦췄다”며 “자신의 불성실한 직무수행을 감추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허위보고해 의혹이 증폭됐고, 잘못된 보고를 시정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원인이 이 중사 측에 있다고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의 범행이 이 중사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박씨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감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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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직무유기·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대대장 김모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방지 조치 의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군본부에 허위로 보고했거나 허위보고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에 대해 유족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씨는 선고 직후 서울 서초동 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진실을 가리는 재판인지, 가해자 면피를 위한 재판인지 의문”이라며 “초범이고 반성한다고 감형했는데 누구에게 반성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대 내 성폭력 가혹행위 피해자들에 대한 판결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