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녹색인증’은 실제 혜택 적고…‘녹색채권’은 수요 대비 공급 역부족

김경민·김지혜·윤지원 기자

‘녹색금융’ 혜택서 소외되는 중소기업

<b>‘녹색인증’ 받긴했는데…</b>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녹색인증기업 ‘불스원’에 녹색기술 인증서 등이 진열돼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녹색인증’ 받긴했는데…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녹색인증기업 ‘불스원’에 녹색기술 인증서 등이 진열돼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정부, 내년도 예산 16% 삭감
은행은 관리 어려워 대출 난색

자동차용품 생산업체 불스원은 자사 엔진오일에 대해 2011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의 녹색인증을 받고 있다. 한 제품의 녹색인증 테스트에는 1000만원 넘게 들어간다. 그럼에도 6년마다 갱신을 받는 건 고객들에게 ‘친환경’ 제품임을 각인시켜 엔진오일 시장의 파이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직까진 ‘녹색인증’이 불러온 매출 효과를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

사실 녹색인증은 녹색기술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 그러나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도입되면서 녹색인증제의 위치가 어정쩡해졌다.

2022년 말 확정된 K택소노미는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 등 6대 환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을 정하는 원칙과 분류 기준을 담은 것이다. 일부 은행이 녹색인증 취득 기업에 대출금리를 깎아주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금 조달 창구인 녹색금융의 수혜 여부는 택소노미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녹색인증이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는 말도 나온다.

녹색인증 외에 친환경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녹색채권 시장이 있다. 녹색채권은 탄소 감축 등 친환경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는 특수 채권이다. 중소기업이 녹색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이 발행한 녹색채권을 대출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신용도가 낮고 공시 체계도 부족해 직접 채권을 발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영세 업체일수록 환경부의 녹색자산유동화증권(ABS) 지원사업(유동화사업)을 통해 시장에 참여한다. 여러 회사의 회사채를 묶어 기초자산으로 만들고 신용 보강을 더해 신용·기술보증기금이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발행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사업에 투입되는 시설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로 쓸 수 있다. 최대 3억원 한도로 발행 금리의 4%포인트를 지원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채 금리가 4.5%라면, 지원 사업에 선정된 중소기업은 0.5%의 이자만 내면 된다.

문제는 수요에 비해 지원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받은 내년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유동화사업에 130개 기업이 지원했으나 74개 기업만 선정됐다.

또 내년 예산안엔 올해 본예산보다 16.4% 적은 약 114억원이 책정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도 지원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 것이다.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은행들도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후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은행은 대출금이 녹색산업 취지에 적합하게 쓰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유인식 IBK ESG경영부장은 “녹색채권으로 1조원을 조달해 1만개의 중소기업 녹색전환 활동을 지원했을 때, 이들에게 모두 데이터를 받아 공시를 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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