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환경 배제한 ‘능력주의’는 정의롭지 못하다

정원식 기자
[금요일의 문장]가정환경 배제한 ‘능력주의’는 정의롭지 못하다
“한마디로, 사회적 불평등 요인들의 효력은 매우 강해서 경제적 수단의 평등화가 성취된다고 하더라도, 대학 체계는 사회적 특권을 개인적 재능이나 역량으로 변환함으로써 불평등을 계속해서 신성화할 수 있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형식적인 기회의 평등이 실현되면 학교 체계는 온갖 정당성의 외양을 이용해 특권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이다.” <상속자들>(후마니타스)

<상속자들>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와 장클로드 파스롱(1930~)이 1964년에 출간한 책이다. 책은 1960년대 프랑스 교육 제도에 내재한 불평등에 대한 분석이자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제기다. 전후 프랑스는 모든 시민에게 차별 없는 교육기회를 제공했으나, 대학 진학률과 대학 학업 성취도는 계급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냈다. 저자들은 학생들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의 차이가 결정적인 이유라고 분석한다. 상층 계급 출신들은 토론 문화, 예술에 대한 교양, 고전어에 대한 친숙도 등 지적인 환경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반면, 하층 계급 출신들은 그러한 자질들을 힘들게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는 이 같은 ‘가정환경’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학업 성취도의 차이를 ‘능력’의 차이로 여긴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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