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영자씨
박정애 지음
사람의무늬 | 288쪽 | 2만원
미술사학자인 딸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사무치는 그리움을 달래며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어머니를 추모하고 기억하기로 한다.
장롱 깊숙한 곳에 있었던 흑백 사진, 엄마가 매일 쓰던 일기장, 휴대폰 속 저장된 사진, 먹을거리와 함께 보낸 메모지…. 미술사학자로서 옛사람이 남긴 그림이나 생활용품을 대하듯, 엄마의 유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정성스레 기록하면서 어머니 ‘허영자’의 삶을 복원한다.
1940년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난 영자씨는 꾸미기를 좋아하고 마을에서 옷을 가장 잘 입는 소녀였다. 국민학교는 졸업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 중학교 교복을 닮은 카라옷을 지어입고 사진을 찍고, 친자매 같은 사촌동생과 함께 시내로 나가 ‘불파마’를 한 뒤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멋쟁이였다. 하지만 결혼 후 영자씨에게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 ‘뒤꼭지가 예뻐서’ 반했다는 아버지와 결혼하면서 발랄했던 소녀 영자씨는 ‘며느리’이자 ‘엄마’의 삶을 살게 된다.
영자씨가 썼던 일기도 중요한 ‘사료’였다. 주로 식재료와 생필품을 기록한 가계부 성격이었지만, 손맛이 좋았던 영자씨만의 레시피를 적어놓기도 했다. 딸이 독립한 후엔 택배로 반찬을 보내며 정성껏 메모를 남겼다. “사랑하는 내 금 딸” “벌이 여러 가지 꽃을 먹고 딴 꿀이다” 같은 메모에서 사랑과 감성이 묻어난다.
어머니의 삶과 당시 역사적 사실을 교차시키며 공적 기억과 사적 기억을 함께 엮어낸다. 어머니가 일생을 보낸 진도의 전통과 문화, 향토적 특색 또한 잘 드러난다. “보아도 보아도 물키지 않은 내 딸/ 세상이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내 딸”이라 부르며 딸을 사랑했던 어머니에게 보내는 저자의 애절한 헌사와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