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보호 의지 없는 어도어와 계약 해지”

긴급 기자회견 열고 “29일 0시 이후로 관계 끝, 신뢰 깨졌다”

계획엔 “민희진과 함께”…하이브 대응따라 법적 공방 불가피

그룹 뉴진스가 2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를 상대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권도현 기자

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해린, 다니엘, 혜인)가 소속사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경영권 찬탈’ 의혹을 제기하며 시작된 갈등이 현재 국내 최고 인기 K팝 걸그룹의 전속계약 분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진스 멤버들은 28일 저녁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은 29일 0시가 되는 즉시 해지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다섯 멤버가 모두 참석했다. 멤버들은 돌아가면서 짧게 자기 이름을 말한 뒤 노트북, 아이패드를 보며 준비한 발언을 시작했다.

하니는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다. 여기에 남기엔 시간이 아깝고, 정신적 고통도 계속된다. 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저희가 어도어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민지는 “신뢰관계가 다 깨져버린 어도어에서 전속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멤버들은 현재로선 법원에 전속계약해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따로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민지는 “어도어,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고, 계약이 해지되면 전속계약 효력이 없어진다”며 “저희가 굳이 가처분을 소송(신청)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려고 하고, 당연히 민희진 대표와 함께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어도어는 이날 기자회견이 열리기 1시간 전 뉴진스 멤버들에게 e메일로 내용증명에 대한 답변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지는 어도어가 보낸 답변 내용에 대해 “거짓말과 변명뿐이었다”며 “조치를 이행할 시간이 부족했고 이런 일이 생겨서 슬프다, 어도어가 한 행위가 아니라 조치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했다. 멤버들은 법적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하이브 대응에 따라 전속계약해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해지 분쟁은 예고된 일이었다.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13일 어도어에 민 전 어도어 대표의 대표이사직 복귀 등의 요구 사항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 답변 시한인 14일 내에 어도어가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속계약해지 수순을 밟겠다고도 했다.

뉴진스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소속 걸그룹으로 2022년 데뷔했다. 민 전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를 그만두고 하이브로 이직해 처음 데뷔시킨 그룹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데뷔 앨범 <어텐션>에 수록된 ‘어텐션’ ‘하입보이’가 신드롬급 인기를 구사하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룹은 지난 4월 하이브와 민 전 대표 간 갈등이 시작된 후 분쟁에 휩쓸렸다. 5개월여간 침묵을 지키던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 9월 공개적으로 민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