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제주 비양도 북서쪽서 침몰
많은 어획량에 의한 복원력 상실 추정
사고 목격 후 조치 없던 선단 어선 선장 수사
지난 8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고등어잡이 어선 ‘135금성호’ 침몰 사고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해경은 금성호의 사고 원인을 평소보다 많은 어획량에 의한 복원력 상실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금성호의 침몰을 보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같은 선단 어선, 선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서는 선원법상 구조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금성호와 같은 선단 어선 A호 선장을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제주해경은 침몰 사고 당시 같은 선단 운반선인 A호가 금성호와 가장 가까이 있었으면서도 사고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금성호 사고 신고는 다른 어선에 의해 최초로 이뤄졌다. 어선 A호는 금성호가 사고 당시 복원력을 상실해 전복하고 있는 상황을 가까운 곳에서 봤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어획물 위판을 위해 부산으로 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선단 선원들의 진술과 선단선 선박 항적자료 등의 분석을 통해 당시 신고 경위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A호의 행위에 관련해 선사 측에서 부산으로 회항할 것에 대해 관여했는지, 사고 관련 증거 은닉 정황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해경은 금성호와 함께 조업했던 선단 선박과 출항지 인근의 폐쇄회로(CC)TV 자료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영상 분석을 마쳤다고 밝혔다. 또 금성호의 생존 선원 13명과 금성호 소속 선사 직원 등에 대한 관련자 조사, 부산에 있는 금성호 선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도 실시했다. 해경은 압수수색을 통해 선체 관리에 관한 서류를 확보하고 선박 검사 이력과 자체 수리 내역, 선박 사고로 인한 보험공제내역 등 금성호의 전반적인 유지·보수 관리에 관한 사항을 확인했다.
해경은 현재까지 수사 결과 금성호 선체 복원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내 구조물의 불법 증개축 여부, 침몰에 이르게 할 정도의 선체 관리 부실 여부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금성호 침몰 당시 사고 해역에 기상 특보가 없었고 선박 폐쇄회로(CC)TV를 통한 확인에서도 기상 상황은 비교적 양호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과 선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금성호는 양망 과정에서 많은 어획량에 의해 그물이 묶인 우측으로 기울어져 전복됐을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생존선원들은 어획량이 평소보다 많았고, 순식간에 복원력을 상실해 배가 전복됐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보다 구체적인 복원력 상실 원인 규명을 위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 등 전문기관에 복원성 계산을 의뢰해 분석 중이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선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금성호 생존 선원 등 사고와 관련된 자에 대한 진술을 토대로 해당 자료를 수치화했다”면서 “금성호의 자체 복원력 상실 이외에 타 어선의 영향으로 인해 전복될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해경이 위치발신장치(V-PASS) 등을 확인한 결과 대형선망어선인 금성호(본선)는 지난 7일 오전 11시49분쯤 서귀포항에서 선단선(등선 2척, 운반선 3척)과 함께 출항했다. 금성호는 조업 중 이튿날인 8일 새벽 4시12분쯤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2km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금성호 승선원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 중 한국인 선원 4명이 사망하고, 10명(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2명)이 실종됐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금성호의 침몰원인은 어획물로 인한 복원력 상실로 추정하고 있으나 금성호가 침몰된 이후 선장과 어로장이 실종된 상태이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또 수중에 가라앉은 선체를 인양해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한 만큼 정확한 수사 결과는 보다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해경은 수사과 29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