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심사 결과 및 도입 로드맵 조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국어와 기술·가정(실과) 교과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 1학기 초·중·고 일부 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우선 도입해 2028년까지 국어, 기가, 사회, 과학 교과까지 점차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철회한 것이다. 사회, 과학 교과는 1년 미뤄져 2027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 교육부가 속도전을 벌이다 학부모, 교사 등 현장 우려를 뒤늦게 받아들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어·수학·정보 교과 AI 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와 함께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조정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예정대로 내년 3월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되 2026년부터 도입 과목,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에 도입될 예정이었던 국어와 기술·가정 교과는 AI 디지털교과서를 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국정도서로 개발되는 특수교육 국어 교과는 2026년부터 초·중·고에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국어의 경우 그간 학부모, 교사, 전문가, 시도교육감협의회 등 여러 단위에서 교육부에 우려를 전달했다. 과목 특성상 AI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사의 관찰과 대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글쓰기 동기 부여를 넣어줘야만 교육 효과가 있다는 점, 글쓰기 과제에 적힌 개별 민감정보가 데이터 전처리 없이 학습 데이터라는 명목으로 AI 프로그램에 수집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생님들이 ‘국어는 자기 표현이 많은 교과라 (도입하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 ‘학생들의 표현 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학부모들은 문해력 문제를 걱정했다”고 말했다. 기술·가정은 실생활에 활용되는 활동들이 주로 이뤄지는 과목이라는 점을 반영해 제외했다.
사회, 과학 교과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1년 미뤄진다. 2027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2학년, 2028년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도입된다. 교육부는 사회, 과학 교과의 경우 기초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위계성이 강한 영어, 수학 교과와는 다른 형태의 맞춤형 학습이 필요하다며 과목 특성에 맞게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일부 과목 도입을 철회했으나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시제품을 공개했을 때부터 개별 맞춤형 학습이 아니라 문제풀이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 ‘AI’ 디지털교과서라고 하지만 새로운 AI 기능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 등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교과서에 ‘챗봇’으로 탑재된 생성형 AI의 데이터 편향 문제도 불거졌다. 검정 심사 과정에서 일부 출원사의 AI 챗봇이 “독도는 영토분쟁지역”이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일선 초등학교에선 내년 3·4학년 담임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꾸린 ‘AI 디지털교과서 중단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AI디지털교과서 2025년 도입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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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도입 학년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시·도교육감이 ‘초등학교 3·4학년만 영어·수학·정보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대부분 ‘단계적으로 영어·수학·정보에 집중해서 완성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번 안이 이번 정부의 확정적인 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야당이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법적으로 ‘교과서’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 자료는 초·중등교육법상 무상·의무교육에 따른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학생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며 “교육 자료의 사용도 시도별·학교별 재정 여건 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어 교육 및 학습 격차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본회의 통과 전에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