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낮은 기온에 노출돼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계절 변화와 무관하게 자주 손발이 차고 시린 ‘수족냉증’이 있을 경우 혈관이나 신경의 문제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족냉증이 여러 요인 때문에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원인질환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호전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손발이 시린 증상을 흔히 수족냉증이라 부르지만 원인질환은 다양하다. 혈관계통의 문제로 이런 증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질환으로는 ‘레이노 증후군’을 들 수 있다. 한랭이나 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 피부 색깔이 창백해졌다가 심하면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레이노 현상이라 부르는데, 혈관이 수축됐다가 시간이 지나 풀리면서 피부가 붉어지는 발적이 나타나고 통증과 저림 등이 생길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이 의심되면 다른 기저질환 때문에 발생했는지를 구분해 근원적인 치료를 해야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과 유사하게 혈관이 수축돼 문제가 되는 ‘플래머 증후군’은 저혈압이 있는 마른 여성에게 발병하는 비율이 높으며 정상압 녹내장 등의 안과질환이 동반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년기 이후 수족냉증이 발생했다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이 원인인 말초동맥질환 때문일 수 있다. 오래 걸을 때 다리에 통증을 수반할 경우 하지혈관을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검사해 시술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한다. 말초동맥질환은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약물치료를 통해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심뇌혈관 합병증까지 진행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신경계에 문제가 있을 때도 손발이 시리거나 저린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말초신경병증이 있다면 몸 구석구석 뻗어 있는 말초신경이 손상된 탓에 손발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말초신경병증의 유병률은 특히 55세 이상 인구에서 8%에 달한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흔하다. 이 질환은 손발 저림 외에도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나 운동신경의 이상으로 근육이 약해지고 힘이 빠지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 걷거나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자율신경에도 문제가 번져 기립성 저혈압이나 땀이 과다 분비되는 증상을 겪게 되기도 한다.
수족냉증 증상은 정확한 원인을 감별한 뒤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면서 금주, 금연, 적절한 운동과 혈당 관리를 병행할 때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손성연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손과 발의 시림이 심하다면 혈관계의 문제인지 신경계의 문제인지 정확히 진단을 받아야 올바른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며 “몸의 말단까지 혈액을 공급하는 말초동맥의 질환이라면 동맥경화증이 심해지지 않도록 하고, 말초신경질환의 경우 신경손상을 방지하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신경병성 통증에 대한 적절한 약물치료로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