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휴전 이틀째인 28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를 공습했다. 휴전 성사 하루 만에 전투기까지 동원해 폭격을 단행한 것으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은 상대방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13개월에 걸친 분쟁 끝에 가까스로 성사된 60일간의 휴전이 시작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전투기를 동원해 레바논 남부에 위치한 헤즈볼라의 중거리 로켓 보관시설을 파괴했다며 “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휴전 합의를 위반하는 모든 행동을 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레바논 측은 이스라엘이 오히려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맞서고 있다. 공습을 받은 로켓 보관소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 바이사리야 인근에 있는데, 휴전 협정엔 리타니강 남쪽에서 헤즈볼라 군시설이 철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 강 북쪽 시설에 대한 철수 조항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재로 양측이 지난 26일 합의한 휴전 협정에는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가 60일간 휴전하고 양측 모두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서 철수하는 것이 골자다. 헤즈볼라가 리타니강 남쪽에서 무장해제한 뒤 강 북쪽으로 철수하고,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영토에서 철군해 국경지대에 레바논 정부군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만 남긴다는 구상이다. 휴전 협정은 이튿날인 27일 오전 4시를 기해 발효됐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시작 후 레바논 남부로 귀환하는 주민들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발포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아직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이며, 향후 두 달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레바논 남부 마르카바 마을에서 이스라엘군 탱크가 이동하는 차량을 향해 발포해 2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언론들은 부상을 입은 이들이 집으로 돌아온 민간인이라고 보도한 반면, 이스라엘군은 이들을 휴전 협정을 위반한 ‘용의자’라고 지칭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남부 마을로 귀환하는 주민들을 취재하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총격을 가해 2명이 다쳤다.
휴전 소식에 주민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으나 이스라엘군은 27일에 이어 28일에도 리타니강 이남 지역에 대한 야간 통행금지령(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을 내렸다. 아울러 리타니강 남쪽 마을이나 이스라엘군 주둔지로 향하는 주민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경지대에 접근하려는 차량 등을 향해 여러 차례 경고 사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정부군은 이스라엘이 남부로 귀환하는 주민들을 공격하고 전투기와 무인기(드론)를 띄워 감시하는 등 휴전 합의를 여러 차례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휴전 협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헤즈볼라의 여러 의심스러운 활동을 포착했다며 “합의에 어긋나는 어떤 행위도 발포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채널 14와의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위반할 경우 격렬한 전쟁에 대비하라고 군에 지시했다”며 “어떤 위반 사항에 대해서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 소속 레바논 국회의원인 하산 파들랄라는 이날 “우리는 여전히 휴전 합의를 준수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공격한다면 헤즈볼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