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전날 “냉각기 갖자” 언급에도
친한 “당원 게시판에 영향” 행동 경고
논란 촉발한 유튜버엔 “형사 고발”도
친윤 “정권붕괴법 동의하냐” 맞대응
국민의힘 내 친한동훈(친한)계와 친윤석열(친윤)계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한 대표 가족 명의의 당원 게시판 글에 대한 친윤계의 공세 때문에 특검법 재표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압박했다. 친윤계는 “특검이 통과되면 한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난다”고 되받아쳤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YTN라디오에 나와 당원 게시판 논란이 특검법 재표결에 영향을 미칠 지 질문을 받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번에도 4표 정도 이탈표가 나왔지 않나”라고 말했다. 내달 10일로 예정된 재표결에서 친한계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기사를 인용한 가족 명의의 당원 게시판 글을 누가 썼는지 밝히라는 친윤계의 공세에 맞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재표결에서 산술적으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이 찬성표로 이탈하면 특검법은 통과될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은 “냉각기를 가지자”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제안에 “냉각기를 가져서 될 문제인가”라며 “김 여사의 친고모는 ‘한씨 친족과 처족의 4대를 멸해야 한다’ 등 인용할 수도 없는 욕설을 하는데, 대통령의 가족은 이렇게 당대표를 욕해도 되나, 국민들이 보시기에 참 한심할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는 29일 방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세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한 대표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친윤계에게 강한 경고장을 던진 후 주말 사이 보수 진영 내 여론을 살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원 게시판 논란을 촉발한 유튜버에 대한 형사 조치도 했다. 친한계인 주진우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이날 유튜버 이모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당원게시판에 “자살하라”, “개목줄” 등 극단적 표현을 쓰며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이는 한 대표의 동명이인임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직접 썼다는 허위사실을 전제로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친윤계는 김 여사 특검법과 당원 게시판 논란을 연동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실제 친한계가 돌아설 가능성을 일축했다. 조정훈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당원 게시판 논란을 김 여사 특검법에 연결한다는 고민을 한다면 여당 대표가 아니라 야당 대표”라며 “아무리 당에서 내분이 있더라도 집권 여당임을 포기하는 ‘정권붕괴법’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SNS에 “특검 통과는 정권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갖다 바치는 일”이라며 “만에 하나라도 특검법이 통과되면 한 대표의 정치생명부터 끝나게 된다”고 적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YTN라디오에서 “정성국 조직부총장과 김종혁 최고위원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친한계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식으로) 결이 다른 말을 하더라”며 “그런 말을 해도 실제로 그런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냉각기를 갖자”고 제안한 데 이어 이날 “당직자들은 언행에 신중해야 하고 도를 넘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과 정 부총장, 김 최고위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