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은 외부에 알리지도 않을 여론조사를 왜 조작했나

정대연 기자
명태균 씨가 1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태균 씨가 1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씨(수감 중)가 지난 대통령선거 등 주요 선거 경선 시기에 실시한 각종 비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명씨가 외부에 공개하는 목적이 아닌 여론조사 결과를 왜 조작하려 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과 정치권에서는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공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 가운데 29일 현재까지 조작 정황이 드러난 것들은 2021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과 대선후보 경선,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 시기에 진행된 것이다. 명씨가 2021년 9월 연구소 부소장이었던 강혜경씨에게 “윤석열 후보 지지율을 올려서 홍준표 후보보다 2~3% 앞서게 해달라”고 지시하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강씨는 표본을 부풀리고 무응답 데이터를 윤 후보 지지로 고치는 등의 수법이 사용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때도 응답자를 실제의 2배 이상으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나경원 후보가 오세훈 후보를 6.7%포인트 앞서던 결과를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바꿨다. 김영선 전 의원(수감 중)이 경남 창원의창 후보로 전략공천을 받은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앞두고는 명씨가 강씨에게 후보별 지지율과 표본수, 조사방식까지 불러주며 조작을 지시했고, 지시대로 결과가 만들어졌다.

명씨는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왜 조작했을까. 조작 정황이 드러난 시기는 모두 공천을 앞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명씨가 어떤 식으로든 외부에 공표함으로써 특정후보 공천을 받아낼 목적으로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명씨는 강씨에게 김 전 의원이 1위로 나오는 결과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가 ‘김 전 의원이 이기는 결과를 가져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조작된 결과가 당 지도부에 보고돼 실제 공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비공표 여론조사가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에게 전달된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명씨는 강씨에게 윤 후보가 홍 후보보다 높게 나오는 결과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하태경이한테 나가는 거니까. 외부 유출해야 하는 거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경선에 출마했던 하태경 후보의 윤 후보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조작된 결과를 이용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

명씨는 주로 경남지역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에게 ‘여론조사 결과가 잘 나오게 해줄 수 있다’며 접근한 뒤 실제 그런 결과를 보여주며 신뢰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여권 주요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을 받아낼 수 있다고 믿게 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 측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사실도 일부 드러났다.

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 목적에 대해 “단일후보가 될 때까지 경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며 “후보가 되고 나서는 캠프 내부에서 자신감을 갖고 기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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