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비비와 특수활동비 등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유감을 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회 예결위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야당의 단독 감액 예산안이 시행될 경우 국가의 기본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기재부는 “예비비의 대폭 삭감으로 재해·재난 등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즉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또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전액 삭감으로 인해 검찰과 경찰이 마약·딥페이크·사기 등 신종 민생침해범죄를 수사하는 것과 감사원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감사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기재부는 “대외 불확실성의 파도에 신속히 대응할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보편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대한 적시 대응이 곤란하고, 첨단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경쟁력 강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기재부는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 보강 등 양극화를 타개할 대책 마련도 지연된다”며 “야당의 일방적인 감액 예산안 의결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귀결된다”고 했다.
기재부는 “야당은 이제라도 단독 감액안 처리를 멈추고 예산안 합의 처리에 임해주실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677조4000억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정부 쌈짓돈’으로 불리는 예비비와 특활비 등만 삭감했고 민생예산은 삭감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예비비 4조8000억원 중 절반인 2조4000억원을 삭감했고,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원)와 특활비(80억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등은 전액 삭감했다. 국민의힘은 집단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기한인 오는 3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액안을 강행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과한 예산안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심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 등 증액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법상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안을 감액만 할 수 있고 증액은 할 수 없다. 여야는 본회의에서 수정된 예산안을 표결하기 위해 막판 협상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