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해 교통사고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도로교통법에 따른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10월31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공소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4월 서울 서초구 한 도로에서 운전하던 중 편도 2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A씨는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다. 다만 도로교통법상 차선 변경 시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준 혐의로 범칙금 3만원과 벌점 20점 부과 처분을 받았다.
A씨는 범칙금을 납부했다가 한 달 뒤 돌려받은 후 다시 내지 않았다. 벌점 20점이 부당하다는 게 이유였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면책 조항으로 처벌을 면하게 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 납부 대상이 된다. 납부하지 않으면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경찰은 범칙금을 미납한 A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기각하자 경찰은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죄질이 가볍다고 보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은 검찰의 기소가 위법하다며 공소기각 결정을 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종합보험 가입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도 공소권 없음으로 간주된다” 밝혔다. 검찰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따라 기소할 수 없는데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이미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한 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결과 도로교통법과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에 따라 후속절차가 진행돼 공소제기에 이르게 됐다”며 “이 사건 기소 절차는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취지에 반하는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과 별개의 규율 영역에 속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