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29일부터 어도어와 계약 해지’
계약 해지 정당성·위약금 등 남은 쟁점은?
그룹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 와 소속사 어도어 간 전속계약해지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타공인 4세대 대표 K팝 아이돌 그룹으로 자리 잡은 이들이 당사자라는 점, 모회사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간 갈등이 촉발한 결과라는 점, 멤버들이 먼저 소속사에 ‘계약 해지 통보 및 선언’을 했다는 점 등 기존의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분쟁과는 다른 점이 많다.
법적으로 현재 뉴진스는 ‘탈 어도어’한 상태일까. 위약금은 멤버들 주장대로 정말 하나도 물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일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1일 살펴봤다.
뉴진스는 지금 어도어 소속인가 아닌가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은 11월29일 0시부로 해지된다.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먼저 할 계획은 없다.’
최근 진행된 뉴진스 기자회견의 핵심 내용이다. 보통 전속계약해지 분쟁은 아티스트가 법원에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하며 시작된다. 모두가 뉴진스도 이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뉴진스는 어도어에 ‘계약 해지 통보’라는 예상 밖 선택을 했다. 어도어가 내용증명 답변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 뉴진스의 시정 요구 사항을 시정하지 않는 ‘계약 위반’을 했기 때문에, 그 시점부터 전속계약의 효력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미 끝난 계약인 만큼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필요도 없다는 게 뉴진스의 논리다.
조광희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이미 해지된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라며 “뉴진스 입장에서는 그냥 활동을 하고, 어도어의 소송 제기를 기다리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을’인 아티스트가 ‘갑’인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 해지 통보’를 하는 게 가능한 것일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현곤 변호사(새올법률사무소)는 “회사에서 직원 해고할 때도 법원 판결받아서 해고하진 않지 않느냐”며 “갑을 관계에서 갑과 을이 바뀌었다고 해서 법리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어도어는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계약을 위반한 일도 없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신뢰관계 파탄을 주장한다고 계약이 해지될 순 없다는 것이다. 송혜미 변호사(법무법인 오페스)는 “제3자가 볼 땐 계약 해지가 됐다고도, 해지가 안 됐다고도 할 수 없는 평행선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법원의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누가, 언제 그 판단을 구하느냐다. 먼저 법적 대응을 시작하는 쪽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 소송 그 자체에 대한 부담도 더 많이 지게 된다. 송 변호사는 “어도어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속 아티스트에게 먼저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약금 정말 안낼 수 있나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전속계약서상 산식을 적용하면, 뉴진스의 위약금은 4000억~6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뉴진스는 계약 해지의 책임이 어도어와 하이브에 있기 때문에 위약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법원에서도 같은 판단을 할 경우 정말 위약금을 안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폭행, 장기간의 정산금 미지급 등 중대한 범죄 행위가 있었던 게 아닌 한 한쪽이 아예 위약금을 안내는 경우는 드물다는 의견도 있다. 송 변호사는 “소속사는 아티스트에게 매우 큰 금액을 투자하는데, 이것을 재판부도 꽤 인정해주는 편이다. 지금 뉴진스가 주장하는 사유로는 위약금이 아예 ‘0’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위약금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송 변호사는 “회사의 경영 혼란, 아티스트의 나이 등 위약금은 그동안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판부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수익금 정산 어떻게 되나…‘뉴진스’ 이름은?
뉴진스는 전속계약은 해지하지만 이미 맺은 광고 촬영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계약 상태에 대한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활동 수익금은 어떻게 정산될까. 조 변호사는 “계약 해지의 정당성에 따라서 정산 방법이 다를 것 같다”며 “어도어의 주장대로 해지가 안 됐다면 원 계약의 정산 방법에 따라 정산하면 되고, 해지가 됐다면 그 수익의 분배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계약 만료 시점에 가까워졌을 때 광고 계약을 하는 경우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지 계약서에 따로 정하기도 한다. 그런게 없을 땐 보통 원 계약에 따라 정산한다”고 말했다.
뉴진스의 바람과 달리 계약 해지 시 ‘뉴진스’라는 그룹명은 못 쓸 가능성이 높다. 이 변호사는 “상표권은 뉴진스와 어도어 간 계약의 문제가 아니라 그 권리 자체가 어도어에 있는 것”이라며 “나중에 합의하거나 양도를 받아야 쓸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뉴진스처럼 아티스트가 먼저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하는 것은 흔치 않지만 아예 없는 일도 아니다. 송 변호사는 “이럴 때 보통 소속사들은 잠잠히 있다가 아티스트가 다른 기획사와 관계를 맺거나 오디션을 보는 등 연예활동을 시작하면 ‘계약 위반이다, 정산하라’고 소송을 건다”고 말했다. 어도어도 뉴진스가 어도어를 거치지 않고 수익활동을 하거나 제3자와 작업을 할 경우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 계약 유지 상태를 확인하는 소송을 거는 방법도 있다.
조 변호사는 “어도어는 뉴진스의 독자적 활동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법적 조치를 하기엔 마땅한 게 없다”며 “당분간은 어도어도 상황을 지켜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