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1박2일 방북
AFP “내년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북한군 초대”
북·러 국방장관 회담에선 “전략·전술적 협동 강화”
추가 파병과 무기 기술 지원 논의했을 듯
한·미동맹 수준의 북·러 밀착 의지로 풀이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지난달 29일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강화된 북·러 관계를 “힘 있는 안전보장 장치”라고 말했다. 북·러 밀착을 통해 한·미 동맹에 맞서는 ‘힘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북한의 목표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을 접견하는 등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고 북한 노동신문과 러시아 국방부가 1일 밝혔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지난달 29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벨로우소프 장관의 방북은 지난 6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약 5개월 만이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 방북했던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차관도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벨로우소프 장관과 면담에서 그의 방북이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친선 및 호상(상호) 협조, 관계 발전을 추동하는 유익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강력한 조·로(북·러) 관계는 지역 정세를 완화시키며 국제적인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는 힘 있는 안전보장 장치”라고 말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내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를 초대했다고 AF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전승절은 나치 독일에게 승리를 거둔 1945년 5월 9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는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북한을 포함시키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우크라이나 협상 개최 여부 등을 고려해 참석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신형 미사일 ‘오레시니크’(Oreshnik)를 사용하겠다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지지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각각 지원받은 에이태큼스(ATACMS)와 스톰 섀도(Storm Shadow)를 발사하자, 오레시니크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영국의 해당 미사일 제공에 대해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라며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해 이로울 것이 없다는 것을 명백한 행동신호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러 국방장관 회담도 열렸다. 벨로우소프 장관과 노광철 북한 국방상의 회담에서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전투력 단결과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해나가는 문제와 호상(상호)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문제들”이 “완전한 견해일치”를 이뤘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달 29일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 연합뉴스
벨로우소프 장관은 김 위원장과 함께 평양시 4·25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연회에 함께 했다. 30일에는 평양시에 있는 해방탑에 헌화를 했다. 해방탑은 일제강점기 해방과정에서 전사한 소련 병사들을 기리기 위해 1946년 세워진 기념물이다. 그는 이어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평양시의 만경대를 방문하고 러시아로 떠났다.
벨로우소프 장관의 방북은 파병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북·러 고위급 교류의 연장선이다. 이번 방북에서 러시아는 추가 파병과 무기·군수 지원 등을, 북한은 무기 기술과 군수공장 확장에 필요한 지원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파병 대가로 방공 미사일 ‘S-400’ 등을 얻어낸다면, 러시아와 통합된 방공망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대표부 장관이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났다.
특히 이번 벨로우소프 장관 방북에서 북한은 동북아시아에서 한·미 동맹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북·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러 국방장관 회담에서 ‘전투적 단결과 전략·전술적 협동 강화’가 논의된 것을 언급하며 “한·미 동맹과 한·미 연합연습과 같은 북·러 군사동맹과 훈련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북·러 관계를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는 힘 있는 안전보장 장치’로 언급한 것을 두고 “북·러 협력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차원에서 미국·서방 국가들과 외교적 균형을, 한반도 차원에서 미국의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달 29일 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