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와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더 이상 정부와 여당에 기대할 게 없다면서, 1일 4번째 전체회의를 끝으로 여·야·의·정 협의체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공백 사태 9개월 만에 마주 앉은 의·정 테이블이 3주 만에 좌초한 것이다. 국민 건강권이 경각에 달려 타개책을 만들지 주목했지만, 또다시 파국으로 끝났다.
정부·여당은 두 의료단체가 절충안으로 제시한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 정시 이월 중단, 정시 예비합격자 인원 축소 방안 등에 대해 “입시가 진행 중이어서 2025학년도 정원은 바꿀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소한의 접점이나 사태 해결 의지조차 볼 수 없는 무책임한 태도다. 오죽하면 한국갤럽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50%가 ‘내년 의대 신입생 인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겠는가. 그러나 정부·여당은 협상 불발 시 의료공백 장기화와 내년 ‘7500명 의대 수업’ 대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절충도 대안도 없이 버티기로만 일관하다 파국을 맞았다.
단 한 명도 증원해선 안 된다는 전공의 단체 역시 무책임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틀 전 갤럽 조사를 인용하며 여론도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정지’가 최선이자 마지막 대안이라고 재차 빗장을 질렀다. 하지만 그 갤럽 조사에서도, 내년 의대 증원에는 56%가 ‘잘된 일’이라고 답해 잘못됐다(35%)는 쪽보다 훨씬 높았다. 증원 자체엔 찬성하지만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의·정이 증원 규모를 조정·타결 지으라는 게 국민의 뜻이다. 그럼에도 전공의들과 의협 비대위에선 2025학년도 의대 입시 전면 중단만 요구하고 있으니, 환자들 속만 타들어간다.
국민 79%가 ‘아플 때 진료받지 못할까봐 걱정된다’고 할 정도로 의료대란은 최대 민생 현안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9개월째 ‘모 아니면 도’식으로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수능 끝나고 원서 접수도 임박해 의·정 협상을 위한 운신의 폭은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내년 의대 7500명 수업 대란이 아니라, 신입생들마저 수업 거부에 동참하는 최악의 사태도 맞닥뜨릴 수 있다. 정부에 의대 교육 해법과 의료 현장의 비상플랜이 있을지, 의사들도 언제까지 요구 사안 100% 관철만 요구하며 팔짱 끼고 있을지 걱정스럽다. 의·정은 치킨게임을 접고, 이 파국의 출구 찾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이종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에 참석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