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내후년도 1%대 저성장이 예고된 한국 경제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무기화’로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고, 내수는 꽁꽁 얼어붙었다. 내우외환의 경제 위기에도 정부는 낙관론을 고수하며 추경·금리·대출 등의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 언제까지 이 무능한 경제팀의 정책 오류 남발을 감내해야 하는가.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4% 증가에 그쳤다. 수출 증가율은 4개월 연속 둔화해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선 생산·소비·투자가 전월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의 ‘트리플 마이너스’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한 다음날, 코스피는 1.95%(48.76포인트)나 주저앉았다. 경제 지표상 위기 신호가 커지면서 주식시장도 국민 체감 경기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가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에 시달린 지 오래고, 자영업자들은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대기업마저 알짜 자회사를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실정이다. 시장에선 외환위기·금융위기·코로나19보다 엄혹한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경제가 비상 상황에 처했지만, 정부는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엉뚱한 진단을 내놓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미 대통령실 경제수석 때부터 “상저하고”를 주문처럼 되뇌며, 정책 대처 시기를 놓친 장본인이다.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존재감도 없고 리더십도 보여주지 못했다. 검찰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과는 어긋난 언행으로 빈번히 금융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가리켰듯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적인 경제 철학에 부화뇌동하며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영혼 없는 기술지식인”이 한둘이 아니다.
경기 침체 국면엔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 경기 방어와 취약층 보호에 나서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건전 재정과 부자 감세에 매몰돼 허우적거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11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다시 10%대로 떨어졌고,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5%)가 김건희 여사 문제(12%)를 앞질렀다. ‘이른둥이 치료비 확대’ 등 보여주는 데 그치는 미봉책으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무능한 경제팀을 쇄신하고 경제 정책 기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인하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8.76포인트(1.95%) 내린 2455.91에, 코스닥은 16.20포인트(2.33%) 내린 678.19에 장을 마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