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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처럼 사랑해야 낭패를 안 당한다

입력 2024.12.01 20:35

수정 2024.12.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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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다 늑대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부모가 딸에게, 혹은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남자를 조심하라’는 의미로 쓰는 이 표현에는 ‘늑대는 나쁜 동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사람들 가까이에 살면서 가축을 해치기도 하는 늑대는 그 피해를 본 사람에게는 분명 나쁜 동물이다. 그러나 늑대로서는 삶을 꾸려 가기 위한 먹이활동이자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사투다. 또한 늑대는 일부일처의 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짝을 지은 뒤에는 다른 늑대들에게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다. 짝을 잃은 뒤에는 슬픔에 젖는 동물로도 알려져 있으며, 둘 사이에 난 새끼는 끝까지 책임진다. ‘누군가와 사랑하려면 늑대 같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늑대’의 우리말 어원은 분명치 않다. 국어학계에서도 수수께끼처럼 여기는 말이다. 19세기 이전 문헌에선 ‘늑대’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옛 문헌에는 늑대 대신 ‘이리’나 ‘승냥이’로 나온다. 우리 속담에도 이리와 승냥이는 많이 등장하지만 늑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늑대를 의미하는 한자는 ‘狼’이다, ‘이리 랑(낭)’인 이 한자가 늑대를 가리키기도 한다고 한자사전들이 밝히고 있다. ‘狼’은 실제 동물이 아닌 상상의 동물 ‘낭’을 뜻하기도 한다. 앞다리는 길고 뒷다리가 짧은 낭은 꾀가 부족하지만 용맹하다. 이런 낭과 짝을 이루는 동물은 ‘패(狽)’다. 패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며, 꾀는 많지만 겁쟁이다. 즉 낭과 패는 공생이 필요한 사이다. 둘이 함께할 때는 모든 일을 척척 해내지만 둘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못하고 큰 어려움을 겪는다. “계획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기대에 어긋나 매우 딱하게 됨”을 뜻하는 ‘낭패’가 여기서 유래했다.

만약 행정부가 ‘낭’이라면 국회는 ‘패’라 할 수 있다. 둘이 함께하면 큰 일을 하겠지만, 둘이 떨어지면 낭패를 당하게 된다. 모쪼록 행정부와 국회가 상상의 동물 낭패가 아니라 실제 동물 늑대처럼 사랑하며 ‘국가’라는 가정을 꾸려 갔으면 좋겠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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