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나의 ‘복직 기적’이 한국옵티칼서도 일어나길”

조해람 기자

도보행진 10일째…구미서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 격려

김진숙 “나의 ‘복직 기적’이 한국옵티칼서도 일어나길”

“걷잡을 수 없이 막막하고 외로운 날에는,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30만보를 걸어왔던 그 발걸음들을 기억해주십시오.”

1일 오후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 도착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사진)이 공장 옥상을 향해 외쳤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년 가까이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 중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소현숙 조직부장을 향해서였다.

김 지도위원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은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부산 호포역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10일차인 이날 공장에 도착했다. 김 지도위원은 암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박 지도위원과 함께 160㎞를 걸었다. 김 지도위원은 역에서 출발하며 “박정혜와 소현숙의 고공농성 320일은 걱정만 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라면서 “이미 (고공농성을) 겪어봤다는 건 몰라도 될 외로움까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옵티칼은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였다.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발생 뒤 법인을 청산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박 부지회장 등 17명은 정리해고됐다.

해고 노동자들은 닛토덴코의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닛토덴코가 구미공장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이전하고 평택공장이 신규 채용까지 했다는 건 고용승계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이들은 사측이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박 부지회장과 소 조직부장은 지난 1월8일부터 공장 옥상에서 농성 중이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공장 앞에서 “37년 만에 복직한 제 기적이 옵티칼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기적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민생을 앞다퉈 외치는 정치인들에게 노동자들의 삶은 민생이 아닌지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1981년 옛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노동운동을 하다 1986년 해고됐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발해 크레인에 올라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였으며, 해고 37년 만인 2022년 복직과 동시에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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