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3일차 김형수 거통고조선하청지회장 인터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2022년 6월2일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를 외치며 파업을 벌였다. 파업이 마무리된 지 2년 반가량이 지난 요즘 저임금, 다단계 하도급 등 하청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달라졌을까.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식 13일차인 김 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들은 이대로 살 순 없다고 외쳤지만 이대로 살고 있고 오히려 고용구조는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1차 하청업체 소속 상용직 노동자(본공) 시급이 해마다 몇백원 오르는 데 그치다보니 상대적으로 시급이 높은 물량팀(재하도급)으로 옮겨가는 하청 노동자들이 늘었다. 본공이 빠져나간 자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채웠다.
하청노동자들은 ‘이대로 살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지난달 13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내 선각삼거리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김 지회장·강인석 부지회장 등 지회 간부 2명은 지난달 20일부터 단식농성도 시작했다.
김 지회장이 이날 거제에서 서울로 장소를 옮겨 단식투쟁을 한다는 기자회견을 연 것은 하청노동자 현실을 더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한화오션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689억원이다. 원청 이윤은 늘고 있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잇단 임금체불을 겪고 있다”며 “한화오션은 ‘같이 살자’는 하청 노동자 요구에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산재 다발 업종인 조선업에서 사망사고 피해자 다수는 하청노동자다. 올해 들어 한화오션에선 5명의 원·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김 지회장은 “가장 걱정되는 게 노동안전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하청노동자가 죽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2022년 여름 ‘파업 청구서’도 하청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 김 지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을, 철골 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농성을 벌인 유최안 전 부지회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오는 11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한화오션이 당시 파업으로 470억원가량의 손해를 입었다며 지회 간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 지회장은 “한화오션이 ‘국회에서 중재 노력을 하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질적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오는 5~7일 ‘파업 무죄 선고’ ‘470억원 손배 소송 취하’ 등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김 지회장이 최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자 어머니는 어쩌면 감옥에서 지내는 게 더 편할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지회장은 “오죽하면 저렇게 이야기를 하셨을까. 죄송스러울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