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은 대량 주문이나 단체회식 예약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노쇼(No-Show·예약 후 연락 두절)를 걱정한다. 약속 시간이 됐는데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고 연락도 안 되면 말 그대로 ‘멘털’이 무너진다. 금전적 피해도 막대하지만 배신감에 치를 떨게 된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 노쇼 걱정은 덜지만 수수료가 든다.
최근 충북 지역에선 군 간부를 사칭한 노쇼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4~25일 충주 지역 음식점 6곳에서 “군인이 수십인분의 음식을 주문한 뒤 잠적했다”는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이런 것은 범죄 행위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고,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낼 수도 있다. 주문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자영업자가 음식을 준비했다면, 주문자는 취식이나 수령 여부에 관계없이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주문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는 쉽지 않다. 승소하겠지만 변호사비가 더 들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노쇼 피해 구제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공주시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노쇼 피해가 연간 4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소비자 및 판매자가 모두 공감하는 예약보증금제를 마련하고 분쟁해결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법치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다운 해법이다. 그러나 노쇼의 기준을 정하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창가의 전망 좋은 자리로 10명 예약한 뒤 사정이 생겨 4명만 간 것은 노쇼인가 아닌가. 예약 4시간 전 취소와 30분 전 취소를 똑같이 볼 것인가. 노쇼 피해도 밥집이냐 술집이냐, 삼겹살집이냐 횟집이냐, 피자냐 케이크냐에 따라 다르다.
‘노쇼의 사법화’보다는 노쇼 방지 문화를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 자영업자 얘기를 들어보면 노쇼는 높으신 분들이 회식하자고 날짜만 잡고 뭘 먹을지 정하지 않아 부서 막내가 여러 식당에 중복 예약하는 상황에서 자주 벌어진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으로 회식 자리가 많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식당에 예약금을 거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어떤가. 물가가 하도 오른 탓에 서민들은 외식하고 싶어도 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