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중국에 견제구’ 미국 경유 외교 …“태평양 전략 협력 의미”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 싱크탱크 동서센터(EWC)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1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 싱크탱크 동서센터(EWC)에서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경유’의 형식으로 미국 하와이에 이틀째 머물며 취임 후 첫 방미 일정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만이 중국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2일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총통부는 라이 총통이 전날(현지시간 1일) 오전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두 사람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대만이 받는 군사위협 등을 둘러싸고 20분간 통화했다”고 밝혔다. 궈 대변인은 “두 사람이 통화에서 대만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펠로시 전 의장은 대만인들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만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는 지역의 안보에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순방길에 나선 라이 총통은 지난달 30일 하와이에 도착했다. 6박7일 일정의 남태평양의 수교국 마셜제도·투발루·팔라우 순방길에 나서면서 경유의 형식으로 미국에 들른 것이다. 라이 총통은 마셜제도와 투발루를 거쳐 다시 경유지인 미국령 괌에서 하루를 보내고 팔라우로 이동한다.

라이 총통의 ‘미국 경유 외교’는 대만에 추가적 방위비 부담을 질 것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향후 미국·대만 관계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대만은 라이 총통의 순방 일정에 태평양의 미국 영토인 하와이와 미국령 괌을 순방 일정에 포함시켜 미국과의 협력이 공고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의 쑤쯔윈 연구원은 “라이 총통의 순방 일정이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의미하는 제1∼3 도련선과 연결돼 있다”며 미국과 대만이 태평양에서 전략적 협력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보 등이 전했다.

라이칭더, ‘중국에 견제구’ 미국 경유 외교 …“태평양 전략 협력 의미”

도련선은 태평양의 섬을 이은 가상의 선으로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의미한다. 제1도련선은 일본과 대만·필리핀을 잇는 중국 본토 근해를 뜻한다. 제2도련선은 서태평양의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로 이어진다. 제3도련선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알류샨열도부터 하와이를 거쳐 뉴질랜드 일대까지 이은 선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충돌을 우려해 제2도련선까지 언급한다. 중국에서는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작전구역을 근해에서 더욱 나아가 제2도련선 내 제해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중국 측 팽창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은 제2도련선 방어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외교부는 1일 기자문답 형식의 성명을 내고 “중국은 대만 당국 지도자가 어떠한 명분과 이유로든 미국을 무단방문하는 것과, 미국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대만 독립’ 분열 분자와 그 분열 행위를 종용·지지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라이 총통의 순방을 빌미로 대만 포위 훈련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둥쥔 중국 국방장관은 앞서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이유로 지난달 21일 아세안(ASEAN) 확대 국방장관회의 기간 미국 측의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거부했다.

이번 순방에 앞서서 미국 국무부는 대만에 5000억원 이상의 F-16 전투기 관련 부품을 판매하기로 잠정 승인했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에 침공할 경우 군사 개입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지만 1979년 제정한 대만관계법을 바탕으로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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