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KBS홀에서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씨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KBS 중계화면 갈무리
배우 정우성씨와 모델 문가비씨가 결혼하지 않고 부모로서 아이를 양육하겠다고 밝히며 정치권에서도 비혼 출산과 관련한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여야를 막론하고 나왔다. 정씨와 문씨에 쏟아지는 비난이 다변화한 가족의 형태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갈수록 많아질 이 땅의 문가비씨 모자를 위한 연대관계등록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연대관계등록제 도입을 주장했다. 연대관계등록제는 사전에 ‘연대관계인’(혹은 보호인)으로 등록하면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정이나 1인 가구의 수술, 장례 등에 가족을 대신해 동의해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박 의원은 “(이는) 전통적 가족 모델이 해체되고 새로운 가족 형태들이 등장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초저출산 시대, 인구절벽 탈출을 위해선 아이의 행복 우선과 엄마의 선택 존중이라는 관점을 유지하면서 개인과 가족, 마을을 넘어 온 대한민국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어 “비혼 출산의 결정이 지금처럼 ‘특별한 개인의 용감한 결심’으로 평가되지 않도록, 시급히 사회적 인식의 개선과 함께 연대관계등록제 도입을 비롯한 국가적 제도의 정비가 이뤄져야겠다”고 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아이를 중심에 두고 ‘혼인 외의 자(혼외자)’라는 차별적 표현도 더는 쓰지 말도록 하자”고도 언급했다.
여당에서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달 30일 정씨와 문씨의 비혼 출산 논란을 언급하며 등록동거혼제 입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등록동거혼제는 남녀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도 ‘동거 신고’만 하면 국가가 기존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 및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그는 자신의 SNS에 프랑스 사례를 설명하며 “프랑스는 1999년 등록동거혼(PACS)을 도입했다. 이혼 절차를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이들에게 혼인 barrier(장벽)를 낮춰 주는 것”이라며 “(한국은) 혼인의 장벽이 상당히 높게 존재하고 이것은 만혼, 비혼으로 이어져 초산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둘째 아이 출산이 원천적으로 어려워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적었다.
나 의원은 “지난 2016년 등록동거혼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을 때, 영남 출신의 고령 의원께서 정치를 계속하지 않으려면 주장하라고 완곡히 반대 의사를 표시하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제는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혼인 장벽을 낮추고 출산아의 보호를 위해 등록동거혼을 도입할 때다. 곧 법률안을 준비해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씨와 문씨에 쏟아지는 비난을 우려한 의견도 나왔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연예인들의 사생활이야 늘 관심사가 되는 것이지만, 그가 ‘결혼’을 하냐마냐 하는 결정까지 비난과 판단의 대상이 되는 건 공감이 잘 안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의원은 이어 “아이 낳은 부부가 이혼하는 게 허용되고 그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남녀가 혼인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게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며 “그럼 아이 낳고 결혼한 뒤 이혼하면 괜찮은 거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결심은 굉장히 실존적인 결정”이라며 “함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상대방과의 관계를 불문하고 혼인을 해야 하고 동거의무와 부양의무를 지며 부부로 살아야 한다니 왠지 숨이 막혀 온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혼자 살 자유, 내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할 자유, 이런 것은 개인에게 부여된 오로지 고유한 자유이고 권리인 것 아니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