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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나간 나무를 지켜낸 사람들

입력 2024.12.02 20:51

수정 2024.12.0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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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상주 용포리 느티나무

순수하게 마을 사람들의 자발적인 힘만으로 지켜낸 감동의 사연을 품고 살아남은 나무가 있다. 경북 상주 용포리 평오마을 들녘 가장자리에 서 있는 한 쌍의 느티나무다.

사건은 2009년 초여름에 시작됐다. 마을 어귀에 다정하게 서 있는 한 쌍의 느티나무가 나무 수집상에게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의 땅 주인이 급하게 돈이 필요해 땅을 내놓는 바람에 나무도 함께 팔린 것이다. 창졸간에 30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나무가 사라지게 됐다.

오랫동안 할배 할매처럼 여겨온 나무를 떠나보낼 수 없었던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지킬 방도를 궁리했다. 먼저 ‘나무 이식 반대에 관한 주민 동의서’를 작성해 상주시청과 상주경찰서에 냈다. 마을 역사의 증거이자 상징인 나무를 지켜달라는 호소였다.

상주시에선 식물 전문가들의 정밀 조사를 거쳐 2010년 4월에 나무를 보호수 10-08-01호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미 나무 수집상은 나무의 값을 비롯해 적지 않은 비용을 치른 뒤였고, 이식을 방해한 주민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상태였다.

마을 사람들은 값을 치르더라도 나무만은 지켜야 했다. 나무 수집상으로부터 ‘나무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합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3300만원이 필요했다. 15가구밖에 안 되는 마을에서 집집이 200만원씩 내기로 했다. 마을 노인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조상 대대로 사람살이를 지켜준 나무를 지킬 수만 있다면 흔쾌히 내놓기로 하고 수굿이 돈을 모았다.

2010년 7월, 나무 수집상이 요구한 비용을 지불하고 마침내 나무는 온전히 지켜지게 됐다. 제 앞가림만으로도 허청대는 요즘 세상에서 평오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지켜낸 일은 흔치 않게 기억해야 할 특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한 쌍의 느티나무를 지켜내고자 싸웠지만 정작 사람들이 지켜낸 건, 바로 사람살이의 평화와 안녕이었고, 조상들의 삶과 철학이 담긴 마을의 역사였다. 느티나무 앞에서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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