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석유류 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무와 호박 등 채소류 물가가 강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1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1.5% 상승했다. 월별로는 지난 9월(1.6%)과 10월(1.3%)에 이어 석 달 연속 1%대다.
채소류 물가가 9월(11.5%)과 10월(15.6%)에 이어 지난달에도 10%를 상회(10.4%, 물가 기여도 0.15%포인트)하며 고공행진했다. 품목별로는 무(62.5%), 호박(42.9%), 김(35.0%), 오이(27.6%), 귤(23.2%)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이 다소 높게 형성되고 있는 무는 월동무가 본격 출하되는 1월 이후에 공급 여건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석유류는 1년 전보다 5.3%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렸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가격이 하락했지만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되면서 지난달에 비해서는 2.4% 상승했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는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2%에 근접할 것”이라며 “향후 물가 전망 경로는 환율·유가 추이, 내수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보는 환율 상승이 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파급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영향은 12월 이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축산물과 농식품 중심으로 추가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축산물의 경우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 발생이 늘고 있어 축산물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이상기후와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코코아, 커피, 팜유 등의 식품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가공식품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겨울철 한파와 올해 2월처럼 겨울 장마가 지속되면 농산물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상 기상에 대응하기 위해 연내 기후변화 대응 원예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