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의회 패싱’ 법안 처리···야당 “정부 불신임”

조문희 기자

사회보장 재정 법안 둘러싼 긴급 헌법 조항 발동

불신임안 가결 정족수인 288표 필요

프랑스 마린 르펜 국민전선(RN) 하원 원내대표가 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관련 국회 토론회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마린 르펜 국민전선(RN) 하원 원내대표가 2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관련 국회 토론회 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핵심인 사회보장 재정 법안 처리를 위해 의회 하원 표결을 배제한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프랑스 헌법은 정부가 예외적으로 하원 표결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즉각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했다.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2일(현지시간) 사회보장 재정 법안의 심사가 열리는 하원에 전격 출석해 정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헌법 조항을 발동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헌법 제49조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경우,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서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프랑스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런 방식으로 통과됐다.

바르니에 총리는 “나는 (취임 당시) 우리가 직면한 제약에 대해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 “프랑스는 사회 보장 재정 법안과 내년도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정치 그룹들과의 대화를 끝까지 이어갔다”고 강조하며 야당과의 추가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이제 우리는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직시해야 하는 진실의 순간에 도달했다”며 “나도 내 책임을 직시하겠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정부는 앞서 내년도 예산안을 공개하며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 61조원의 공공지출을 절감하고 대기업과 부유층 대상 28조5000억원 규모 증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원 내 주요 정치 세력인 좌파 연합과 국민연합(RN)을 포함한 극우 진영은 소비자 구매력 감소, 사회적 불평등 심화, 기업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일부 안에 반대해 왔다.

야당은 즉각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했다고 DPA통신 등은 전했다.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는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하고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좌파 진영에 해당하는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엄청난 부정에 직면해 우리는 정부를 불신임할 것”이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가장 짧은 임기를 가진 총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불신임안 표결은 헌법상 발의 시점부터 48시간이 지난 이후부터 가능해, 이르면 4일 오후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불신임안은 하원 재적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프랑스 하원은 전체 577명 가운데 현재 2석이 공석이라 가결 정족수는 288명이다. 현재 좌파 연합과 RN 및 동조 세력 의석수를 합하면 300석을 훌쩍 넘는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바르니에 정부는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이래 정부 불신임안이 발의된 경우는 130건 이상이지만, 하원 표결을 통과해 내각이 해산된 건 1962년 조르주 퐁피두 총리 때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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