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정말 살만한 곳이었구나…“금성에 애초 바다 없었다”

이정호 기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금성 대기 조사

수분 함량 최대 6%…“바다 형성 불가능”

금성 크기·질량 ‘지구 형제’인데도 불모 행성

‘생명 서식 행성’ 탐색 조건 더 까다로워져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 탐사선 마젤란호가 1996년 촬영한 금성. 46억년 전 형성된 금성에는 바다가 있었던 적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 탐사선 마젤란호가 1996년 촬영한 금성. 46억년 전 형성된 금성에는 바다가 있었던 적이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NASA 제공

태양계 2번째 행성인 금성에서는 한 번도 바다가 형성된 적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계에서는 지금은 금성 온도가 납을 녹일 정도로 뜨겁지만, 형성 초기인 수십억년 전에는 바다가 존재했다는 견해가 나오는데, 이를 반박하는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금성처럼 크기와 질량 등이 지구와 비슷한 태양계 밖 외계 행성을 발견해도 생명체가 서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2일(현지시간) 금성 대기에 대한 정밀 조사 결과, 금성은 처음 생성된 46억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다를 품어본 적 없는 행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실렸다.

금성 표면 온도는 현재 463도다. 납 녹는점(327도)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뜨겁다.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가 만든 온실효과 때문이다. 당연히 액체 상태 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금성에 바다가 있었는지 살피기로 했다. 장기간 안정화된 상태를 유지 중인 금성 대기의 성분을 분석 기기로 들여다봤다. 특히 수분을 집중 관찰했다. 대기에 녹아 있는 수분이 응축돼 다량으로 낙하하면 바다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관찰 결과, 금성 대기에 유입되는 주요 기체인 화산 가스 내 수분 비율이 최대 6%를 넘지 않았다.

지구의 화산 가스에서 수분 비율은 60~90%에 이른다. 이 같은 높은 수분 비율은 지구에서 바다가 출렁이게 된 주요인이 됐다. 금성 화산 가스에서 발견되는 낮은 수분 비율(6%)로는 바다가 애초 만들어질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분석 결과는 태양계 밖 외계행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연구에 적용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금성은 지구와 비교할 때 반지름 95%, 질량 81%, 태양과의 거리는 72%로 형제처럼 비슷한 조건을 가졌다. 그런데도 지구와 달리 생명의 근원인 바다가 생긴 적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이는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은하계에서 생명체 탐색을 할 때, 금성 수준을 넘을 만큼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행성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우주 과학계에서는 금성이 만들어진 직후에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당 기간 바다가 존재했다는 견해가 강하게 제기돼왔다. 그러다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다량 방출되면서 기존 바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로 과학계에서는 과거 금성 바다의 유무를 두고 논쟁이 예상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9년 금성 대기를 뚫고 지표면까지 하강하는 소형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이때 금성의 과거 환경이 좀 더 명확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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