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게 출근의 맛”…중국 2024년 10대 유행어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10월 7일 베이징 시민들이 국경절 연휴 마지막 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월 7일 베이징 시민들이 국경절 연휴 마지막 날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기력하고 피곤해지는 게 출근의 맛(반웨이).” “싱싱하게(수이링링더) 해고됐어요.”

중국 문예월간지 야오원자오쯔가 2일 발표한 ‘2024년 10대 유행어’에 포함된 키워드이다. 야오원자오쯔는 1995년부터 매년 10대 유행어를 선정해왔다. 올해 선정된 유행어에는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직장인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묘사하는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반웨이(班味)는 근무를 뜻하는 단어 ‘반(班)’과 맛 또는 냄새를 의미하는 ‘웨이(味)’가 합쳐진 말이다. 직장인들이 평소 멀쩡하다가도 출근만 하면 피곤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일컫는다. 중국 직장인들은 ‘반웨이를 씻어내야 한다’, ‘반웨이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수이링링(水靈靈)은 반웨이와 반대인 ‘싱싱하다’ ‘똘망또랑하다’ 등의 뜻이다. 원래 아름답고 빛나는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다. 한국 여자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홍은채가 인터뷰에서 “똘망똘망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런데 올해 중국에서는 이 말을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싱싱하게 해고되다’ 등이 단적이다.

쑹치간(松弛感)은 이완감이라는 뜻이다.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시합 도중에도 평정심과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 쑹치간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반인들은 도달하기 어려운 상태로로 여겨지기도 한다.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어린이를 가리키는 ‘샤오하이거’(小孩哥) ‘샤오하이제’(小孩姐)란 표현도 이번 10대 유행어에 포함됐다.

중국어와 영어를 혼합한 시티부시티(city不city)는 “정말로 도시답지 않니?”라는 뜻이다. 유명 해외 유튜버가 베이징 근교 만리장성을 관광하며 촬영한 영상에서 “시티부시티?”라는 감탄을 연발한 것이 화제가 돼 유행했다. 엉터리 문법이지만 재밌는 요소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여름철 관광 성수기 관영매체도 이 표현을 적극 사용하면서 여행을 권장했다.

게임 용어에서 유래된 말도 있다. ‘하드컨트롤’로 번역되는 ‘잉콩’(硬控)은 무언가에 강한 매력을 느끼는 상황이다. ‘은발의 힘’인 ‘인파리량’(銀髮力量)은 활기차고 구매력 있는 노인 세대를 뜻한다.

이 밖에 ‘디지털화’, ‘스마트화’를 뜻하는 ‘수지화’(數智化), 인공지능(AI)의 발전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뜻의 ‘지넝샹산’(智能向善), 첨단기술을 비롯한 미래지향적 신흥산업을 가리키는 ‘웨이라이찬예’(未來産業)가 10대 유행어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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