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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중 ‘HBM 전쟁’, 정부는 비상플랜 있나

입력 2024.12.03 19:19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추가 제재안을 지난 2일 발표했다. 중국도 다음날 갈륨 등 희토류의 미국 수출 통제 방침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더욱 격화될 미·중 통상전쟁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 미·중의 틈바구니에 낀 한국 기업의 전도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뜩해질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가 밝힌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 외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 장비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장비 등을 사용할 경우 준수해야 하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3국 기업의 유불리는 안중에도 없는 일방적인 통상 규제다. 이번 조치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운용하는 33개국에 대해선 미 상무부 허가 없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와 부품을 수출하도록 하는 예외규정이 있는데 한국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HBM은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반도체로 미국 마이크론 외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생산을 양분하고 있다.

정부는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은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하기에도 물량이 달리는 실정이고 삼성전자 역시 중국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아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혔으나 안이하다.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소비하는 최대 시장인 중국의 판로가 막히는데 영향이 미미하다고 할 수 있나. 기업들은 이번 규제가 장기적으로 세계 HBM 시장 규모 자체를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상시화하면서 국내 기업은 이미 심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가 칩스법을 통해 외국 기업에 약속한 보조금을 축소·철회할 뜻을 비치고 있다. 만약 현실화하면 미국에 공장을 짓는 조건으로 9조5000억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한 한국 기업들은 막대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미국의 규제에 의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도록 정부가 방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그간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부각시키며 그에 걸맞은 대가를 적극적으로 받아내야 한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나라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비상한 각오로 치밀한 통상전략을 세워 트럼프 폭풍에 대비할 것을 당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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