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중국 수출 비중 크지 않고 통제 조치 우회도 가능
트럼프 정부선 ‘관세’ 가중…정부, 업계와 대책 논의 나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납품을 앞둔 삼성전자 HBM3E에 남긴 사인(위쪽 사진). 지난 3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가 열린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전시관에 SK하이닉스 HBM3가 진열돼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사장 SNS·연합뉴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등에 수출하는 것을 막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한국 반도체 업계에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BM의 경우 중국 수출 물량 비중이 크지 않고, 우회할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반도체·통상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관보에 게재한 수출 통제 조치 개정안은 2개 문서로, 모두 210쪽에 달한다. 핵심은 중국을 포함하는 미국의 무기 금수국 24개국에 HBM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또 기존에 통제하던 반도 체 장비 29종에 새 장비 24종을, ‘우려 거래자’로 140개 기업·기관을 추가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2022년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 당시와 유사하게 수출 통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방법으로 전환하면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로직 칩 등과 결합한 HBM은 통제되지 않고, HBM2의 경우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허가 예외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반도체 업계에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급성장하는 중국 인공지능(AI) 시장을 잃고, 최근 회복세인 중국 메모리반도체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HBM을 포함하는 메모리반도체 대중국 수출액은 2020~2022년 300억달러대였으나 미국 수출 통제 조치가 발표되자 지난해 207억달러로 급감했다.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23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더구나 내년 1월20일에는 대중국 수출 통제를 본격화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예고한 대중국 관세 조치에 더해 우려 거래자 목록 대거 추가 등 수출·기술 통제 조치를 강화할 수도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기 시작한 게 트럼프 1기 정부 때부터였다”며 “우려 거래자 목록을 강화하는 방식이든, 품목을 정하는 방식이든 대중국 수출 통제나 기술 통제를 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선 관세 위주로 중국에 대한 고삐를 조이겠지만 기존에 바이든 정부에서 했던 수출입 통제 조치도 아마 대부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중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 제도 설명회를 개최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무역안보관리원에 상담 창구를 개설하는 등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반도체 장비 업계와의 간담회를 4일 개최해 이번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조속한 시일 내 미국 정부와 한국 기업 애로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