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모습. 한수빈 기자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탄핵되면서 다음달 새로 치러지는 차기 의협 회장 선거에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의료계를 대표할 새로운 인물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의·정 갈등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이 모아진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진행된 의협 회장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이 이날 오후 4시 마감됐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김택우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 최안나 전 의협 대변인 등 5명이 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강희경 후보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3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전공의들의 반발 속에서도 정부와 대통령실 등과 대화에 나서는 등 5명의 후보 중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된다. 의대 교수로는 10년 만에 의협 회장 자리에 출마했다.
강 후보는 이날 출마의 변을 통해 “의협이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머물러서는 지금과 다른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의협의 체계를 정비하고, 일차의료기관-지역의료와 상급종합병원이 상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보건의료계획을 마련하여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겸 강원도의사회장인 김택우 후보는 의·정 갈등이 시작된 지난 2월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의료계 투쟁을 이끌었다. 그는 의협을 의료정책의 중추로 만들고 의사의, 의사에 의한, 의사를 위한 의협이 될 수 있도록 정상화시키며, 의료대란을 해결하겠다는 세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이동욱 후보는 2018년부터 경기도의사회 회장을 맡아 이끌며, 의·정 갈등 이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등에서 수십차례 ‘의료농단 규탄 집회’를 개최하고 대통령 출퇴근길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강경파로 평가된다. 그는 “회장이 된다면 국정농단 주동자들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하고 기필코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를 끌어내겠다”고 했다.
제35대 의협 회장 출신인 주수호 후보는 현재 의사 모임인 미래의료포럼 대표로서 의대 증원,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다양한 의료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역시 강경파로 분류된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출사표를 낸 최안나 후보는 강경파였던 임 전 회장 집행부에서 기획이사 겸 대변인을 맡으며 그간 의협 입장을 대변해왔다. 최 후보는 “정부에 의해 (의대) 교육과 병원, 의료가 어떻게 무너질지 아는 의료 전문가로서 가만히 있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43대 의협 회장 보궐선거 투표는 내년 1월2~4일 전자투표 방식으로 실시된다.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즉시 회장으로 취임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1월 7∼8일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당선인은 8일 개표를 통해 확정된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강경파로 분류되면서 향후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한층 더 거세지며 장기화되는 의·정 갈등이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