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20분쯤 긴급브리핑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과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갑작스러운 계엄령에 시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라이브로 소식을 접했다는 김지원씨(27)는 “근현대사 시간에만 듣던 계엄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며 “내일 중국으로 출국을 해야 하는데 정상적으로 출국을 할 수는 있는 것인지, 계엄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직장인 고모씨(28)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70~80년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며 “살면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라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혼란을 넘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며 두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고씨는 “군사나 경찰의 통제까지 나오지 않을까 두렵다”며 “지인이 경찰대 다니고 있는데 자경대를 만들어 돌아다닌다는 얘기가 나와 무섭다”고 했다. 이씨도 “분단국가이다 보니 계엄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두려운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무리한 비상계엄을 내린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국가의 안위나 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자리를 위해 사적인 이유로 계엄령을 운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A씨(52)는 “어느 국민이 종북 세력 때문에 계엄선포 했다는 말을 믿겠나”라며 “위기에 몰리니 객기 부리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직장인 B씨도 “비상계엄은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국가적 통제 상황에서 하는거라고 배웠는데 왜 지금 비상계엄을 운운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혼란이 이어졌다. X의 한 이용자는 이날 국회 앞 상황의 영상을 올리며 “국회의원 과반수가 모여 계엄 해제를 요구해야 해제되는데 지금 국회 입구를 경찰이 막고 있다”며 “이게 2024년 12월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나”라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대통령이 ‘나라를 망치는 유례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유례없는 일을 일으킨 것이 본인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나”라고 했다.
온라인상에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X의 한 이용자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으니 SNS에서 정치 얘기를 할거면 핸드폰 번호 대신 이메일로 바꿔야 한다” “카카오톡에서 정치 얘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판계에서 근무하는 임모씨(48)는 “속보 보고 처음에 농담인 줄 알았다. 공식적인 절차나 위급한 명분도 없이, 감정 상한 개인이 분풀이하듯 계엄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시민들 대부분이 분노할 듯 하다”고 말했.
대한민국 헌법 제 77조에는 대통령이 전시, 사변 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 공공의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상계엄령의 선포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국회는 국회의 권력으로 이를 해제할 수 있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대통령은 선포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