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악몽 떠올라”···계엄령 선포 소식 들은 시민들 거리로

이홍근 기자
광장에 설치된 경찰 질서유지선. 이홍근 기자

광장에 설치된 경찰 질서유지선. 이홍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일부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으로 나와 계엄 선언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한 시간이 안 된 4일 새벽 12시쯤, 광화문 광장 이순신 광장 앞엔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였다. 휴대전화로 급하게 규탄 문구를 만들어 시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나가며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소리를 지르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검정 패딩을 입고 휴대전화에 ‘계엄 반대’라는 문구를 띄운 장백건씨(57)은 “송년회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다 차를 돌려 나왔다”면서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고 비판했다. 장씨 앞을 지나던 한 남성은 아내에게 “오늘은 못 들어갈 수도 있을 거 같다”면서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은 많지 않았지만 광장 주변엔 바리케이드가 둘렸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철야 근무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면서 “계엄 상황을 대비했다기보단 통상적인 경비 근무”라고 말했다. 바리케이드는 외교부 청사부터 이순신 동상까지 설치됐다.

시민들은 정권의 압제가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 장씨와 함께 거리로 나왔다는 심재수씨(57)은 “우리는 군사정권 시절 계엄을 경험한 세대”라면서 “그때는 군인들이 국민 알기를 군대 말단 훈련병 정도로 하던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대체 어느 시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심씨는 “윤 대통령이 선거라는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서 대통령이 됐다.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 법이 그만큼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이번 계엄 선포는 정권 탄생의 근거를 스스로가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광장으로 왔다는 김윤지씨(23)는 “지금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연유로 계엄을 선포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처사”라면서 “김건희씨 문제, 국정농단 등 논란에 대해 소상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앞으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계엄령을 근거로 한 체포가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장씨는 “시민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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