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을 체포하라”···계엄령 다음날 아침 국회 앞 울려 퍼진 분노 목소리

김송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에 대한 국회의 해제 결의안을 수용하고 계엄을 해제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령에 대한 국회의 해제 결의안을 수용하고 계엄을 해제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아침에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은 분노한 시민들로 붐볐다. 이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외쳤다.

이날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30분부터 국회 정문 앞에는 시민 80여명이 모여있었다. 계엄령 관련 뉴스를 접한 전날 밤부터 자리를 지킨 이들이 도로에 한 줄로 앉아있었다. 이들은 오전 4시30분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밝힌 이후에도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불안함을 내비쳤다.

전날 밤 11시부터 국회 앞에서 자리를 지켰다는 윤현미씨(61)는 “계엄령을 해제한다고 하면 국민들한테 사과부터 해야 하는데 새벽 윤 대통령의 담화에서 사과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계엄령을 해제한다는 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 같다. 안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 모여 “윤석열을 체포하라”라고 외치고 있다. 김송이 기자 사진 크게보기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 모여 “윤석열을 체포하라”라고 외치고 있다. 김송이 기자

송파구에서 온 이상미씨(46)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윤석열이 사죄하고 국회에서 주동자나 반란군에 대한 처단이 마무리 돼야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독재정권에서 사느니 총 맞을 각오로 거리에 나왔다. 윤석열이 또다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한다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야간 일을 마치거나 아침 출근 전 국회 앞을 찾은 이들도 많았다. 밤새 호프집 영업을 마치고 오전 6시쯤 현장을 찾았다는 홍순기씨(62)는 “5·18도 겪었지만 나라가 전두환 때로 후퇴하는 모습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영업 끝나고 옷도 제대로 못 입은 채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5시간여 만에 끝난 계엄령 사태에 대해 “경제, 외교 전부 다 못하는 대통령 밑천이 계엄령으로 다 드러났으니 더 망하기 전에 그만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살면서 정치 집회에 관심이 없었다는 황다원씨(29)는 계엄령 소식에 분노해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황씨는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누가 대통령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면 계엄령은 선포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황씨는 “혹시라도 다른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완전히 소강상태로 접어들 때까지 최소한 오전까지는 국회 앞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탄핵이 평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송이 기자 사진 크게보기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탄핵이 평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송이 기자

시민들은 계엄령 사태가 단순한 소동으로 끝날 수 없다며 분명한 책임을 촉구했다. 대학생 오혜주씨(24)는 “몇 시간 해프닝이라고 하기엔 계엄령으로 인한 여파가 크고 피해가 막대하다”며 “계엄령이 해졔됐으니 끝났다고 할 게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책임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서 온 직장인 김모씨(55)는 “단 몇 시간 만에 이렇게 계엄령이 끝난 걸 보면 (대통령이) 얼마나 무능력한지 알 수 있다”며 “군도 경찰도 대통령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미 공무원 조직에서도 이탈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경기 성남시 직장으로 출근한 뒤 퇴근 후 다시 국회 앞을 찾을 계획이라고 했다.


Today`s HOT
타이둥현 군 기지를 시찰하는 라이칭 테 대만 총통 세계 지도자 평화와 화합 콘서트의 홍타오 박사 베를린 국제 영화제 위한 곰 트로피 제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주현절을 맞이한 리투아니아의 풍경 중국의 춘절을 맞이하는 각 나라들의 모습
1월이 가장 더운 파라과이, 개울에서 더위 식히는 사람들 가자-이스라엘 휴전 합의, 석방된 팔레스타인 사람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 날 열린 승리 집회 러시아의 베로니카 꺾고 8강 진출, 우크라이나의 엘리나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이색 축제 '코믹콘' 인도 공화국의 날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